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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운영자 검거' 디지털교도소, 출발은 …"가족이 n번방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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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사적보복' 논란은 계속…"니들이 뭔데" vs "제대로 처벌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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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지털 교도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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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의 국제공조수사 끝에 사적 제재 논란을 빚어 온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 일부를 검거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민간 사이트로, 당초 국가기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응하는 일종의 '자경단'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 보복 도구로 이용되는 등 무고한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신상공개된 고대생 극단적 선택…"무고한 피해" 우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앞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 성범죄 피의자 신상을 공개해 왔다. 그러나 인스타 계정이 정지되자 지난 6월 디지털교도소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는 뉴스1 익명 인터뷰에서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한 배경으로 "사촌동생이 n번방 피해자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누구나 느낄 정도로 약하다", 피해자는 보호도 못 하는 상황에 범죄자 인권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설명해 왔다. 운영자 개설 취지에 공감한 적지 않은 누리꾼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고려대 재학생 A씨(21)가 사이트에 자신의 신상정보가 올라간 것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비판 여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달 12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현재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사진과 전화번호, 이름은 제가 맞지만 사이트에 올라온 그 외의 모든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며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6일 닉네임 '피치***'를 쓰는 텔레그램 사용자가 22살 지인에 대해 '지인능욕'을 요청했고, 이 사용자가 A씨라며 그의 사진·학교·전공·휴대전화 번호 등을 사이트에 올렸다. 지인능욕은 지인 얼굴에 음란사진을 합성해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A씨 사례 이전에도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이 사이트 관련 무고한 신상공개 피해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디지털 교도소는 채 교수가 "성착취물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그의 정보를 공개했지만, 경찰의 포렌식 조사 끝에 채 교수의 결백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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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정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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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불신 때문" vs "사적 제재 위법성"



디지털 교도소를 두고 '사적 제재의 위법성' 등 비판의 목소리와 '사법부 불신이 만들어낸 자위권 행사'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누리꾼 akeo****는 "정의롭게 공부해서 검사, 판사 돼 형량 때릴 생각을 해야지"라며 "경찰은 2기 운영자들도 잡아들여라"고 했다. 누리꾼 neig***도 "법에서도 조심하는 신상공개를 뭔데 니들 맘대로 공개하냐?"고 썼다.

반면 누리꾼 neoj****는 "손정우 같은 사람들 징역 1년6개월 주니까 이런 사이트가 나오는 것"이라며 "제대로 처벌해봐라 저런 사이트가 나오나"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gisa****도 "'n번방' 사람들 다 신상공개 부탁한다"며 "저들도 지옥에서 살아봐야 한다"고 적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4일 디지털 교도소 차단 여부를 심의한 결과, 불법 혹은 허위로 판정된 17건 정보에 대해 개별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이트 전체 폐쇄는 '과잉 규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 2기 운영진이 문제가 된 명예훼손 정보의 삭제 요청을 이행하지 않는 등 '자율 규제'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오는 24일 전체 사이트 차단 여부 재심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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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박상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장이 14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제67차 통신심의소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2020.9.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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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터폴 공조수사 결과, 현지서 피의자 검거"



이날 경찰이 인터폴과 국제공조수사로 운영진 일부를 검거하면서 향후 디지털 교도소 관련 정부 대응의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에서 귀가하던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일 피의자가 베트남으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베트남 공안부에 피의자 검거를 요청하는 한편,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적색수배령이 내려지면 수배 대상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요 도피사범으로 현지 경찰을 통해 검거할 수 있다.

이어 피의자의 은신처를 파악한 베트남 공안부 수사팀은 피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뒤 국내 수사팀 자료와 비교해 피의자를 특정, 귀가 중이던 피의자를 검거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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