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해나가는 게 우리의 목표"
일부제품 납품 허가에 적극 구애
中정부는 보복 조치 준비 '강공'
美 추가 유화책 내놓을지 주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미국에 반도체 제재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화웨이는 퀄컴 등 미국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 자사 핵심제품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텔·AMD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허가를 미 정부로부터 받은 직후 화웨이가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유화조치와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대미 보복공세 유예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협력사 대회인 ‘화웨이 커넥트’ 기조연설에서 “화웨이는 현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다. 생존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표가 됐다”며 이같이 제안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화웨이는 미국이 지난 15일 시작한 고강도 제재로 미 정부의 승인 없이는 전 세계 어느 기업에서도 반도체 부품을 사실상 구매할 수 없는 처지다.
궈 회장은 연설 이후 이어진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국 반도체 구매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궈 회장은 “미국 정부가 정책을 다시 고려해보기 바란다”며 “미국 정부가 허락한다면 미국 회사 제품을 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화웨이는 대량 비축한 재고 부품으로 버티고 있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으면 존폐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에 맞서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읍소’와 ‘위협’의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화웨이 최고경영진이 나서 “생존이 목표”라고 읍소 전략을 펴는 한편 중국 정부는 대미 보복 공세를 예고하며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올 초까지 “문제없다”고 자신하던 것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기조연설에 이어 진행된 화상 기자회견에서 궈 회장은 화웨이가 아직 전반적인 업무에서 기본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의 제재는 확실히 우리의 생산과 경영 전반에 매우 큰 곤란을 초래했다”고 토로했다. 재고비축과 관련한 물음에 궈 회장은 “통신기지국용을 포함한 반도체 칩은 비교적 충분한 상황이지만 스마트폰용 칩의 경우 여전히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미국 기업들이 수출 등 거래를 하려면 사전 승인을 얻도록 했다.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미 상무부의 조치에 따라 이달 15일부터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모든 반도체 기업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미국 당국의 봉쇄 압박에 중국 정부는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9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개인명단(블랙리스트) 규정’을 공개하면서 중국에 비우호적인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화웨이의 경쟁자인 미국 시스코가 ‘중국판 블랙리스트’의 첫 희생자가 될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강공으로 미국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2일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인텔과 AMD가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의 숨통이 다소 트인 상황이다. 화웨이가 23일 미국의 상징적 반도체 업체인 퀄컴까지 거론하며 ‘읍소’한 것은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자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대미 보복에 나서려던 중국 지도부가 미국 당국의 추가 허용조치 여부에 따라 맞불 공세를 늦추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