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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삶과 추억] “나는 뒷광대” 하늘로 무대 옮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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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덕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81세까지 예술단체 CEO만 20년

문화기관 이끈 예술경영의 대부

74년 정명훈 카퍼레이드도 기획

중앙일보

1세대 예술경영인 이종덕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23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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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의 사장을 연이어 지낸 한국 공연계의 산증인 이종덕 단국대 석좌교수가 23일 별세했다. 85세.

고인은 1995~98년 예술의전당, 1999~2002년 세종문화회관, 2004~10년 성남아트센터, 2011~16년 충무아트홀 사장, 2012~15년 KBS교향악단 이사장을 지냈다. 문화예술기관 CEO 경력만 20년이다. 1961년 국가재건 최고회의 외무국방위 주사보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63년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주사, 보도담당관, 공연과장 등을 거치며 20년 동안 문화예술인과 넓은 교류를 했다.

고인은 1974년 지휘자 정명훈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2위에 오르고 귀국했을 때 김포공항부터 서울시청 앞까지 카퍼레이드를 기획했다. 당시 문공부 공연계장이었던 그는 “콩쿠르 수상은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성과”라 주장했고 그 장면을 TV 생중계했다. 이처럼 고인은 고도성장기 한국에서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려 애썼다. 해외 국빈을 맞이하는 공연과 행사는 물론 74년 육영수 여사 장례식장의 음악 기획도 담당했다.

중앙일보

1974년 당시 문공부 공연계장이던 이 전 사장이 기획한 정명훈 카퍼레이드. [중앙포토]


1989년 88서울예술단(현 서울예술단) 단장을 맡았다. 올림픽 이후 표류하던 이 단체 예술감독에게 권한을 주며 행정에 주력했고 90년 재단법인화를 끌어냈다. 고인이 정부 산하 예술단체의 민영화 물결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이 된 첫해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비판 속에서도 대중 예술 공연 비율을 높이는 승부수로 재정 자립도를 끌어 올렸다. 2012년 KBS교향악단 이사장을 맡은 후에도 재단 법인화라는 숙제를 특유의 행정력으로 추진시켰다.

이처럼 고인은 공연계에 행정·경영의 마인드를 도입하며 한 시대를 이끌었고, 그와 함께 근무한 후배들은 현재 국내 공연장 곳곳을 이끌고 있다. 2017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고인은 “나 같은 문화 공무원이나 공연예술 경영자들이 할 일이 바로 뒷광대다. 자신을 비우고 예술인과 애호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고인은 각각 65세, 70세에 세종문화회관과 성남아트센터 사장 임기를 시작했다. 76세에 충무아트홀 사장으로 선임돼 81세에 임기를 마쳤다. 퇴임 후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으로 갔다.

유족은 부인 김영주 여사와 4녀. 빈소 의왕시 성라자로마을 내 성당, 발인 25일 오전 10시.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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