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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폼페이오 美국무 내달초 방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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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문 계기 방한 조율 중

대중국 압박 동참 요구 전망… 북미 대화 재개 논의 가능성도

전문가들, 文대통령 구상 회의적

스티븐스 “北, 종전선언 만족할까”

한승주 “트럼프, 북핵 관심 안둘것”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종전선언이 비핵화를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선(先)종전선언 구상을 제시했지만 호응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한미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당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0월 초 방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에 대해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세종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미국 대북정책의 미래’ 화상회의에서 “종전을 선언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드러날 수 있어 우려된다”며 “한미가 이 문제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강경파인 제재 전문가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종전선언을 한다고 치자. 그럼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비핵화를 포기할 것인가”라며 “그럴 수 없고 그렇게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인센티브가 되지 않는 한 미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주최로 열린 ‘미국 대선과 한미관계 전망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거래는 이제 정치적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하더라도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올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남북 대화를 거부하고 미국과도 당장 협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우리 대화 제의에 북한이 한두 마디라도 호응해 나오는 분위기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종전선언을 제안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들어서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교착 국면을 뚫기 위해, 멈춰 있는 항구적 평화 시계를 분침, 초침이라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대통령이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 지도자의 연설 메시지는 의지, 신념의 표현”이라며 “오늘 아침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오늘 밤 당장 현실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10월 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성사되면 한미 간 미 대선 이후 북-미 대화 재개 구상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초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국을 찾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성사되면 지난해 6월 말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남북미 회동을 위해 방한한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 견제를 위한 지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와 관련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을 통해 한국의 대중국 압박전선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향한 도발 자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일각에선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북한 인사와의 대면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 대선 전 ‘옥토버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미 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시그널 정도는 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최지선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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