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발언대] 홍수조절 능력 큰 중규모 저수지 늘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8월 집중호우로 남원시, 구례군, 곡성군, 하동군 등 섬진강 본류가 통과하는 지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수해는 섬진강댐 방류의 적정성 문제와 지류(支流)의 취약함을 노출시켰다. 우리나라에는 저수용량 100만t 이상 중규모 농업용 저수지가 520여 개 있다. 이들 저수지는 다목적댐이 담당하지 못하는 지류 홍수 완화 기능을 할 수 있다. 농업용 저수지는 홍수기에 저수지 안전, 홍수 조절 등을 고려해 저수용량의 약 80%에 해당되는 수위가 제한수위로 설정돼 있다. 홍수위와 홍수기 제한수위 사이 빈 공간만큼 홍수 조절 용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섬진강 지류에는 중규모 농업용 저수지가 여럿 있다. 남원시를 관통하는 요천 상류에는 동화, 장남, 용림 3개의 중규모 저수지가 있어서 남원시는 시가지 침수를 피할 수 있었다. 중규모 저수지가 설치된 남원시 수지천, 구례군 간문천·토지천에서는 본류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합류점 부근을 제외하면 지류 범람은 없었다. 중규모 저수지가 가지고 있는 홍수 조절 용량이 지류의 홍수 위험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동군에서도 중규모 저수지 존재 여부가 지류의 운명을 갈랐다. 하동호가 있는 횡천강은 범람하지 않았으나 저류시설이 거의 없는 화개천과 악양천은 물이 흘러넘쳤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가 더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하천을 준설하고 제방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존 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우는 사업 등을 통해 담수 능력을 중규모 저수지 수준으로 확대하고 홍수 조절지(調節池)를 신설해 지류 유역의 홍수 조절 용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김진수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