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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상가임대차법 개정, ‘私的 거래의 자유’ 침해 소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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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상가 임차인에게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주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어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합의해 국회 본회의에서 오늘 통과시키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 시 임차인이 상가 주인에게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 추가됐다.

또 법 시행 후 6개월은 임대료 연체기간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상가 주인은 3개월간 임대료를 안 낸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지만 올해 하반기 반년간 이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켜 임대료를 못 냈다고 쫓아낼 수 없게 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가 큰 걱정거리인 만큼 정치권이 대책을 마련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임대료 연체기간에서 6개월을 빼줄 경우 ‘반년간 임대료를 안 내도 된다’고 받아들인 세입자와 임대인의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정이 나아져 밀린 임대료를 낸다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나빠져 폐업할 경우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상가 주인은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 요구를 상가 주인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조항을 넣으려 했으나 야당 반대로 이 조항은 빠졌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은 임차인들은 고통을 받는 반면에 ‘건물주’들은 아무런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건물주라 해도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늘어난 공실(空室)과 금융비용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착한 임대인’을 원한다면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늘리는 게 정상적인 방법이다. 주택임대차 3법 졸속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사적(私的) 영역에 정치가 개입할 경우 부작용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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