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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외지인도 법인도 매입감소… 그럼 서울 집값은 어떻게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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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외지인·법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서울 집값은 완만하게나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지인·법인 자금이 빠져나간 현재 서울 부동산의 자금원을 ‘30대’ ‘신용대출’로 보고 있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조선비즈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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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감정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6002건에서 6880건으로 57% 급감했다. 특히 서울 밖에 거주하는 외지인들의 매입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8월 외지인 매입 건수는 1354건으로 지난 7월 3457건에 비해 39%수준이었다. 법인에 의한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 역시 167건에서 77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법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내놓은 6·17대책, 7·10대책의 영향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럼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0.55% 상승했다. 투자수요의 지표로 볼 수 있는 외지인·법인 매입 건수가 현저히 줄었음에도 서울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매물 잠김’을 꼽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연이은 규제에 따라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매물이 심하게 잠긴 영향"이라고 했다. 매물이 워낙 부족하니 어쩌다 시장에 나오면 높은 호가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다는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도 "공급이 워낙 없어 수급 요인에 의한 가격 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매물 잠김 현상이 뇌관이라면 도화선은 30대의 ‘영끌’ 신용대출이다. 공급은 끊기고 청약은 가점에 막힌 30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신용대출을 끌어 중·저가 아파트 매입에 나서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최근 7~9억원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눈에 띄게 많다.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나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은 거래 자체가 적다"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입 수요로 해석되는데, 서울에서는 특히 30대 영끌 비중이 높아 보인다. 이 수요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고 겸임교수는 "30대 무주택자들의 영끌 자금이 시장으로 흘러들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감정원의 연령대별 통계로도 8월 역시 서울 아파트 매입은 30대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에서 30대의 매매 비중은 지난 2월 33.0%로 증가했다가 3∼5월 다소 감소했지만, 6월 32.4%, 7월 33.4%로 반등 후 지난달에는 36.9%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 연령대별 통계 조사 시작 이후 최고치다.

서울의 25개 구 중 30대의 매입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남 3구와 양천구를 제외한 21개구에 달했다. 특히 강서구(46.5%)와 성북구(45.0%) 등 30대의 매입 건수 비율이 40%가 넘은 구는 서울 전체의 3분의1 수준인 8개에 달했다.

신용대출액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액은 금융권 전체 기준 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4일과 16일 사이 사흘 새만 해도 신용대출 잔액은 1조1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정부의 규제가 집중되자 신용대출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신용대출발(發) 자금 유입이 꾸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안 센터장은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단기 상환이 쉽지 않다"며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신용대출도 주담대가 묶이니 일부 부족 자금을 메우는 용도일 뿐이라, 신용대출을 통한 매입수요 자체는 지속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고 겸임교수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자칫 무리해서 신용대출을 ‘영끌’한 매입자들은 소득 증가분보다 상환 부담분이 더 커져 아파트가 급매·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2금융권 등에서의 무리한 신용대출은 지양하고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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