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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취임식도 ‘날치기’로 몰래 연 벨라루스 대통령…6번째 임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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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 동유럽 국가인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6) 대통령이 6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3일(현지 시각) CNN 등 외신들은 루카셴코가 비밀리에 취임식을 전격 진행하고 새 임기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는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독립한 1994년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26년간 이 나라를 통치해 왔다.

외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정부는 사전에 대통령의 취임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날 전격적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개최했다. 취임식 일정이 미리 공개될 경우 대선 불복 시위를 벌이는 야권의 개입으로 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취임식에 대해서는 국민 대표를 초청하는 등 대대적인 취임식을 개최한다.

이날 취임식에서 루카셴코는 오른손을 헌법 법전에 얹고 벨라루스어로 취임 선서를 했으며, 이어 리디야 예르모쉬나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그에게 대통령 신분증을 건넸다. 취임식에는 사회 지도층 등 수백명만 참여했고, 행사장 주변에는 군인들이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23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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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서 루카셴코는 “벨라루스 공화국의 대통령직을 맡으면서, 나는 벨라루스인을 섬기고, 시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ㆍ보호하며, 헌법을 수호할 것을 엄중히 맹세한다”면서 “내게 부여된 의무를 고귀하고 양심적으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격적으로 열린 취임식을 두고 야권에서는 ‘도둑 미팅’ ‘광대극’ 등의 비판이 나왔다. 현지 언론들은 당초 29일 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이날 취임식이 열리면서 야권과 시민들은 반발했고, 수도 민스크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쏟아져나와 대통령 타도를 외쳤다. 대선 직후 가족에 대한 테러를 우려해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이며 이 취임식은 광대극”이라고 강조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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