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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6년 장기독재' 벨라루스 대통령, 기습 취임식 열어···야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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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공고 없이 진행···취임식 주변 군인 배치

"이 취임식은 광대극" 분노···수천명 거리로 집결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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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전격 취임했다. 26년 장기 독재에 항의하며 한 달 넘게 이어진 반(反) 정부 시위는 더욱 과열됐고, 경찰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의 6기 취임식이 이날 수도 민스크 시내 대통령 관저 ‘독립궁전’에서 열렸다. 현지 매체들은 그동안 오는 29일께 취임식이 열릴 전망이라고 보도했었는데, 이보다 훨씬 빨리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날 취임식은 사전 공고 없이 비밀리에 열렸으며, 대통령 대변인 역시 언론에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임식 일정이 미리 공개될 경우 대선 불복 시위로 행사가 차질을 빚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루카셴코 대통령 측이 기습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헌법 법전에 오른손을 얹은 채 벨라루스어로 취임 선서를 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리디야 예르모쉬나 위원장이 그에게 대통령 신분증을 전달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와 관련해 “벨라루스인 대다수가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외부의 참여 없이 스스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에는 상·하원 의원, 고위공직자, 사회 각계 대표 등 수백 명이 참석했으며, 취임식장 주변에는 군인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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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과 이들이 이끄는 시위대는 즉각 반발했다. 대선에서 루카셴코와 경쟁했던 여성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내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유일한 지도자이며 이 취임식은 광대극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스크 시내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시내 승리자 대로를 따라 ‘민스크-영웅 도시’ 기념 석탑이 있는 승리 공원 쪽으로 거리행진을 하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내 다른 구역에서도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감을 섞은 물대포 등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시위 참가자 가운데 최소 2명의 여성이 물대포에 부상해 치료를 받았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보안요원들은 곤봉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며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다. 목격자들은 최소 50명 이상이 체포돼 연행됐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달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공식 개표에서 10%를 득표한 야권 후보 티하놉스카야는 실제론 자신이 선거에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이웃 국가 리투아니아로 몸을 피해 야권의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가 자진 사퇴하고 재선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서방도 야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퇴진·재선거 불가 입장을 밝힌 루카셴코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앞서 이달 중순 러시아를 방문한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하고 벨라루스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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