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2030에 힘 실어준, 박정호가 옳았다…SKT의 '주니어보드 실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주니어보드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유영주 SK텔레콤 서비스전략CoE 리더(왼쪽)와 곽민석 통합오퍼링CoE 리더. 2030 직원 38명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는 전원 비공개가 원칙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넷플릭스처럼 첫 달 요금을 파격적으로 내려야 한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지난 7월 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주재한 임원협의체 '서비스위원회'에는 낯선 인물들이 자리했다. 평균 연령 50대의 경영진 사이에 당당히 자리를 꿰찬 2030 직원들이다. 앞서 박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 전 2030 직원들의 의사결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2030 직원들이 바로 박 대표가 약속한 '주니어보드' 대표였다. 이들은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고, 그 의견은 실제 서비스에 즉각 반영됐다.


"구세대 공식깨라" CEO 선언 직후, 2030 직원 38명으로 7월 출범

주니어보드를 담당하는 유영주 SK텔레콤 서비스전략CoE 리더는 지난 23일 오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니어보드는 SK텔레콤이 서비스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의 의견을 듣자는 데서 출발했다"며 "대표 직속 서비스위원회에 보딩 멤버로 들어갔다는 점이 가장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의 의견을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까지 참여하게 한 것이다.


여기에는 박 대표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구세대의 공식을 깨겠다"는 박 대표의 선언 직후 지원ㆍ추천 등을 거쳐 지난 7월 총 38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주니어보드가 첫발을 뗐다. 최고령자는 37세. 절반에 가까운 18명이 입사한 지 몇 년 안 된 20대다.

아시아경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모은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주니어보드의 논의 내용이 실제 서비스에 반영된 첫 사례다. 주니어보드 운영을 담당하는 곽민석 SK텔레콤 통합오퍼링CoE 리더는 "단품이냐, 구독형이냐부터 현 가격이 적당한지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며 "이들의 의견은 회사 내부의 이해관계 등과 무관한, 철저한 고객ㆍ사용자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마저 때때로 신랄하기까지 한 주니어보드의 의견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힘을 싣는 이유다.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유전자 검사 기반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케어8 DNA'는 주니어보드가 마케팅 전략 자체를 재수립한 사례다. 유 리더는 "출시 전 임원들 사이에서는 이 서비스가 과연 젊은 세대에게 통할 것인가하는 의구심도 일부 존재했으나, 실제 체험해본 주니어보드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당초 (마케팅) 타깃을 광범위하게 가기로 했던 것을 2030으로 좁히자는 의견이 제시됐고 바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니어보드가 제시하는 의견들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깨게 한다"고 놀라움도 표했다.

아시아경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서 "구세대의 공식을 깨자"며 주니어보드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0일도 채 안돼 우려 불식…서비스 전문가 육성 트랙으로

출범 초기만 해도 주니어보드를 바라보는 우려가 없진 않았다. 자칫 비전문적이거나 설익은 아이디어만 제시해 '없느니만 못한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30 직원들이 결정 권한을 가질 때 일종의 외풍, 압박을 받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유 리더는 첫 회의를 지켜본 후 "우려가 무색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주니어보드는 '해야할 말은 한다'"며 "전문가들도 십분 공감하는 부분들을 지적하는 것부터 서비스의 방향성, 전략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며 걱정은 덜고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주니어보드 직원 명단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제시되는 의견도 모두 익명 처리된다.


통상 주니어보드 직원들이 서비스를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총 2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주제 공개→관련 자료 검토→질의응답→사업부서와의 심층 미팅 및 서비스 체험→수차례의 토론→투표의 순이다. 투표 시 첫 질문은 늘 동일하다. "당신이 고객이라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인가."

아시아경제

다만 심혈을 기울여 서비스를 준비해 온 사업부서의 반발이 전혀 없을 순 없다. 일부 서비스는 주니어보드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서비스위원회에서 추가 검토를 위해 결정 자체를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조차도 의미있게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박 대표도 주니어보드에 대한 기대가 크다. 2차, 3차는 물론 향후 졸업 시스템까지 구축해 장기적으로 서비스 전문가를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곽 리더는 "통상 사회적으로 주니어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고 배우는 중이라는 의미가 크지만, 실제 주니어보드가 제시하는 의견은 그 수준이 아니다"며 "사내 주니어 구성원들을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큰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비스전문가인 유 리더 역시 "SK텔레콤이 서비스전문가를 확보하고 서비스회사로서의 포지션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서비스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