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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서로를 부르는 방법엔 '말'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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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샛별] 나는 예준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보청기를 착용했다. 아이 우는 소리 외엔 의사 표현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늘 노심초사하며 돌봤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아들 예준이의 성장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예준이가 나를 "엄마"하고 부를 때, 바로 반응하지 못해도 아이는 엄마를 이해한다. 대신 엄마의 등을 '톡톡’하고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배려한다. 아이의 그 배려가, 내 맘에 와닿기 시작했다.

늘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말해 주는 아들에게 대견함도 배운다. 예준이는 어쩌면 엄마가 '못 듣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빨리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까진 아이에게서 위축되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찾지 못했다.

장애 있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아이일수록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의 그 마음 자세를 바꿔주는 사람은 바로 부모 자신이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다.

장애 있는 부모가 자신의 장애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감정을 아이들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나의 장애를 삶의 일부분으로 수용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엄마!"

그리고,

"예준아!"

이런 말 말고도 우리가 서로를 부르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느 날은 내가 예준이의 등을 두드리면서 눈을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고, 또 어느 날은 예준이가 먼저 다가와 나의 등을 두드리는 것처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고 새삼 느꼈다. 장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우리는 이미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었다.

베이비뉴스

비눗방울을 불려면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하는 것처럼, 나와 예준이는 그렇게 서로에게 배려하는 방법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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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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