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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전염력 높아지고 사망률 낮아지고…코로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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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바늘로 찌르고 가열해도 생존

최근 전파력 더 강해져…마스크 착용해도 감염

"숙주 살리면서 전파 늘리는 쪽으로 변형한 듯"

V형 감염됐다가 GH형 재감염된 사례도 나와

"치명률 높지 않은데 공포감 과도" 의견도 제기

치명률 하락 추세…1~5월 2.35%, 6~9월 1.00%

"독감과 비슷한 수준…'강력한 관리' 재논의 시점"

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10명을 기록하며 나흘만에 100명대로 올라선 23일 오전 서울 강남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문진검사를 받고 있다. 2020.09.23.amin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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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바이러스의 특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치명률은 최근 들어 오히려 낮아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이런 형태로 변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올 가을 이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거 방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제멜바이스대 연구팀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실험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외부 압력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두께의 작은 바늘로 바이러스 입자를 100차례 찔렀다. 바이러스는 잠시 동안 찌그러졌으나 바늘을 떼자 원래의 모양대로 돌아왔다. 내부 구조에도 변함이 없었다.

또 연구진은 바이러스 입자를 섭씨 90도로 10분간 가열했으나 전체적인 구조는 유지된 채 일부 스파이크(돌기)만 떨어졌다고 전했다. 열에 약한 일반적인 바이러스와는 다른 모습니다. 숙주의 몸 바깥에 나온 뒤로 생존 능력이 감소하는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물건 표면에 붙어 며칠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다.

연구진은 이처럼 바이러스의 생명력이 뛰어난 것이 팬데믹(대유행)의 한 이유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강한 전염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70여명의 확진자를 발생시킨 파주 스타벅스 집단 감염이다.

코로나19 확진자 1명은 지난달 8일 매장 2층에 2시간 반 정도 머물렀고, 같은 공간에 있던 수십여명이 감염됐다. 10분만 2층에서 머물다 떠났거나 2층 화장실을 잠깐 사용한 사람도 감염됐을 정도로 전파력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코로나19가 전파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성남 bhc치킨의 경우 모든 직원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직원 7명 중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일 부산에서는 택시에 5분 가량 탑승했던 승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일도 있었다.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이다.

무증상·경증 감염자의 비중이 많아진 것도 최근 코로나19의 강한 전파력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포착되지 않은 무증상·경증 감염자를 포함할 경우 실제 감염 규모는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자가 특별한 증상 없이 여러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위험이 더 커진 것이다.

반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3216명, 사망자는 388명이 발생했다. 치명률은 1.67% 수준이다.

전체 확진자 발생을 두 구간(1~5월, 6~9월)으로 나눠보면 확진자 수는 비슷했지만 치명률은 큰 차이를 보였다. 1월부터 5월까지는 확진자가 1만1468명 나왔고 270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2.35%에 달했다. 하지만 6월부터 9월까지는 1만1748명의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사망자는 118명에 그쳤다. 이 기간 치명률은 1.00% 수준에 그쳤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치명률을 보면 1월부터 5월까지는 6.01%에 달했지만 6월부터 9월까지는 2.36%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전파력이 강해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는 집단 감염은 같이 접촉한 시간에 비해 너무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능력 자체가 초반보다 강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바이러스도 숙주를 계속 살려야 전파가 잘 되기 때문에 병을 살짝 앓거나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전파력은 강한 쪽으로 변형을 계속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S, V, L, G, GH, GR 등 6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국내 유행 초기에는 S형이, 신천지 집단감염 때는 V형이 주로 검출됐지만 현재는 변이형인 GH형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때부터 검출되기 시작한 GH형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재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된 경우라도 변이된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환자가 1차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는 중국·아시아에서 유행했던 'V그룹'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2차 양성 때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유행한 'GH그룹'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치명률이 크게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이 질병에 과도한 공포심을 거둘 때가 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치명률의 측면에서 보면 일반 폐렴이 사망률이 3% 정도가 나오지만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낮게 나온다"며 "확진되지 않은 무증상 환자를 포함해 치명률을 추정하는 연구들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대략 0.1~0.2%로 추정된다. 인플루엔자 독감보다 약간 치명률이 높거나 비슷한 정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 교수는 "코로나19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다른 바이러스나 감염성 질환에 비해 감염력이 높은 상황이어서 큰 문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강력하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제 다른 시각으로 다른 정책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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