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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돈세탁이 아닌 옷세탁으로 욕먹는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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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오바마 시절부터 공짜 세탁 서비스 이용”

세탁비용 문제 때문에 정치적 곤경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여행가방에 더러운 빨래를 가득 채워와 공짜 세탁 서비스를 받아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각)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외국 지도자이다.

WP은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들은 대부분 공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짧은 일정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네타냐후 부부는 실제로 더러운 빨래를 가방에 담아와 우리에게 세탁을 시키는 유일한 지도자 부부”라며 “이런 일이 몇번 있다보니 (빨래를 가져오는게) 의도적이라는게 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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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이 같은 상습 원정 공짜 세탁 의혹에 대해 이스라엘 측은 반발했다. WP에 따르면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최근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바레인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성과를 폄훼하려는 시도”라며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낸 역사적 성취를 하찮게 보이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미국 방문 때 가져간 빨래는 비교적 대단치 않은 양”이었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과의 국교 정상화 협정 체결을 위해 최근 워싱턴에 다녀왔을 때는 드라이크리닝은 하지 않았고, 공식석상에서 입은 몇벌의 셔츠, 왕복 항공기에서 입은 파자마만 세탁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공짜 세탁 버릇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은 것이다.

네타냐후가 빨래 때문에 논란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WP는 현 트럼프 행정부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외교관들을 인용해 “최근 방문에는 빨래가 든 여러 개의 여행가방은 없었지만, 과거에는 그랬다”고 전했다.

빨래에 대한 유난한 집착 때문에 정치적으로 곤경에 빠진 적도 있다. 2016년 이스라엘 검찰이 자신의 세탁 비용을 밝혀내려고 하자 이를 막아달라며 법무부와 검찰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가까스로 승소해 세탁 비용 내역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막았다.

2018년 네타냐후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측근인 니르 헤페츠는 네타냐후의 부인에 대해 “순방에 나설 때마다 드라이클리닝용 세탁물로 가득찬 4~5개의 가방을 챙겨간다”며 “기자들이 이에 관해 물어볼 때마다 청구서를 들여다봤지만, 빨래에 관해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그런 식으로 비용을 숨겨온 것”이라고도 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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