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을"…전세금 반환 요구에 잠적한 건물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남 거제서 빌라 등 소유한 건물주 도주…남은 세입자들 '분통'

연합뉴스

전세(CG)
[연합뉴스 자료사진]



(거제=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연락도 없이 잠적해버린 건물주 때문에 평생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날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속만 썩이고 있습니다."

경남 거제 한 빌라에 거주 중인 A(26)씨는 최근 갑자기 종적을 감춰버린 건물주 때문에 전세금 7천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위해 전세금을 돌려달라고 건물주에게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런 건물주를 믿고 기다렸지만 약 4개월 전 돌연 건물을 경매에 넘긴 뒤 일체의 연락을 끊고 그대로 잠적해 원금마저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 건물주는 해당 빌라 외에 상가와 주택 몇 채를 소유하고 따로 소까지 기르고 있어 지역 내에서 재력이 풍부하기로 유명했기에 이런 상황을 예상한 세입자는 아무도 없었다.

참담한 심정에 변호사와 함께 이들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니 대부분 빚을 내 매입한 것들이라 압류할 방도조차 없었다.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법정투쟁을 이어가는 것밖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마저도 소송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하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A씨 외에 다른 피해자들까지 고려하면 추정되는 총 피해액만 4∼5억원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 조선업 위기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사도 가지 못한 채 어렵게 버티고 있다.

경찰도 건물주를 강제소환할 근거가 없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휴대전화 번호도 바꾼 채 갑자기 잠적한 집주인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기약 없는 법정투쟁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세입자들도 하루하루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며 "이 어려움을 호소할 곳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도 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