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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플라이강원 “직원 3분의 2 무급휴직”…LCC 연쇄 도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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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공급 과잉 지적을 받아온 LCC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신생 LCC 플라이강원은 다음 달부터 전체 직원 240명 중 필수인력 80명을 제외한 160명에 대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8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기존 예매가 대부분 취소된 탓이 크다. 리스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매달 30억원가량을 지출하면서 운영자금이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직원들 임금도 지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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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정식 취항한 플라이강원의 여객기. /플라이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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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 경영진은 일괄 사임하기로 했다. 조원석 플라이강원 사장은 "저를 포함한 임원 9명 전원이 이달 중 사임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조금이라도 회사의 재정 부담을 덜어주고,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플라이강원 매각설에 대해서는 "회사를 살려보기 위해 신규 투자 유치 등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일부 기업에서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LCC는 운항도 못해보고 문을 닫게 생겼다. 두 항공사는 정부로부터 아직 운항증명(AOC) 발급을 못 받았고, 영업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11개월째, 에어프레미아는 7개월째다. 문제는 주기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로 매달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면서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AOC를 발급받아도 여객 수요가 없어 실적 개선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기존 LCC 1~3위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도 위태롭다. 지난 3월부터 유급 휴직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받고 있는 세 회사는 오는 11월 지원금이 만료된다. 이미 현금이 부족한 상황인지라 정부 지원금까지 끊기면 무급 휴직 또는 정리해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로 파산 위기를 맞은 이스타항공은 이달 초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605명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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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 승무원들. /플라이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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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도 쉽사리 지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 8월이었던 고용유지지원금 기한도 업황을 고려해 60일 연장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장 가능성은 작다. 코로나19 종식 시점을 예단할 수 없는 탓에 항공업계 내부에서조차 정부가 무작정 항공사에 지원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플라이강원은 강원도의회가 지난 4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운항장려금 항목으로 편성된 30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려금이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운항 장려금을 플라이강원에만 지원해주긴 어렵다"며 "회사의 정확한 경영 사정과 9월 이후 항공업계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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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인천국제공항에 코로나19로 운휴에 들어간 여객기가 서 있는 모습.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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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급 과잉 지적을 받아온 LCC 중 일부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모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LCC 업계는 이전부터 과잉 공급에 따른 출혈 경쟁으로 위기가 예견돼 있었다"며 "코로나 사태로 이들의 부실화가 빨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객 수요가 회복하는 데 최소 1~2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시장 논리에 따라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영 기자(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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