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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교통규칙 지키고, 쓰레기 치우는 벨라루스식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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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경찰에 꽃 선물하고 교통규칙 지켜가며 시위 벌여

러시아 등 경찰 예비대 파견하려 했지만 명분 없는 상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한 달 넘게 시위를 이어가는 벨라루스 시위대가 시위를 끝낸 뒤 쓰레기 등을 치우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외 언론 등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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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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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벨라루스 곳곳에서 펼쳐진 시위는 그동안 동유럽 등에서 색깔혁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교체 등을 촉발시킨 다른 형명의 경우 폭력 시위 양상을 띠는 반면 벨라루스에서 벌어지는 시위대는 눈에 띌 정도로 사려 깊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가 끝나면 거리는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위대가 거리 벤치 의자에 올라서서 시위라도 할라치면, 더럽혀지지 않도록 신발을 벗고 올라갈 정도라는 것이다. 대규모 시위 과정에서 건물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일들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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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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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에서는 지난달 대선 이후 연일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당시 선거에서 80.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시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미 주요국 역시 벨라루스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상황이다. 심지어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은 언론에 알리지 않은 채 비밀리에 취임식을 하기도 했다.


일단 평화시위는 여론의 지지나 러시아 등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 등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됨에 따라, 시위를 진압해야 하는 입장이 오히려 옹색해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시위대를 상대로 '범죄자들' 또는 '실업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가 통제 불가능 상태에 직면하면, 러시아 경찰 예비대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해당 예비대는 철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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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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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데는 여성들이 역할이 컸다. 지난달 대선 직후 강경진압이 한창일 당시 여성들은 폭동 경찰들에게 꽃을 전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경찰도 강경 대응에 나서자, 대응 방향이 달라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여성들이 얼굴을 가린 폭동경찰들의 머리와 얼굴을 가린 발라클라바(머리와 얼굴을 가리는 방한모)를 벗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물론 벨라루스 시위대 내부에서는 평화로운 시위 방식에 대한 고민도 크다.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시위를 나서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벨라루스 시위가 너무 평화적이어서, 혁명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오랜 세월 깨끗한 도시를 강조해왔던 루카셴코 대통령 치하에서 생활하다보니, 마치 밈(비유전적 문화요소)처럼 질서가 각인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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