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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노벨문학상' 올가 토카르추크, 소설 두편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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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낮의 집, 밤의 집'...민음사 펴내

뉴시스

[서울=뉴시스]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사진 = 뉴시스DB 및 민음사 제공)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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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올가 토카르추크의 장편소설 두 작품이 동시에 출간됐다.

그의 작품은 '현실의 축소판'이란 평을 받는다. 상반되는 두 세계의 대립적 구도로 소설을 구상한다. 자연과 문명, 이성과 광기, 남성과 여성 그리고 고향과 타지 등의 개념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고 평했다.

민음사는 최근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두 편을 동시 출간했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낮의 집, 밤의 집'이다. 두 작품 모두 폴란드와 체코의 국경지대인 노바루다를 배경으로 한다. 노바루다는 작가가 매년 여름 집필을 위해 머무는 공간으로 알려졌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이 작품은 범죄스릴러다. 그러나 전형적 추리소설물과는 사뭇 다르다.

통상적으로 스릴러 이야기가 막바지에 들어서면 '범인의 정체'에 집중한다면 이 작품은 사회 변방의 약자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지키려고 세상과 맞서는 '공감과 연대'에 집중한다.

작품에는 폴란드 외딴 고원에서 별장 관리인으로 일하는 두셰이코와 중고 옷가게 점원 '기쁜 소식',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번역하는 옛 제자 디오니시오스가 등장한다. 어느 날 왕발의 기이한 죽음을 시작으로 마을에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이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피해자들은 모두 동물 사냥과 연관돼 있고, 시신 주변에는 어김없이 사슴 발자국들이 찍혀 있다.

작가는 평소 여성이나 성소수자의 인권, 난민 문제, 환경 오염, 동물 학살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 발언해왔다. 작품에는 채식주의, 생태주의, 동물권 수호 등 작가의 신념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설이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와 연결돼있다는 점과 작품 전개에 점성학이 중요한 장치로 쓰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제목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도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구다. 다소 긴 제목이지만 작가가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는 각 장 도입부에 인용됐고, 본문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윌리엄 블레이크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한 생태주의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점성학은 애호가인 주인공 두셰이코에게 세상을 지배하는 기존 질서이자 종교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적용된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운명을 부연 설명하는데에 쓰인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에 대해 "단순 추리소설이 아니다. 삶과 죽음에 얽힌 심오한 비밀을 드러내 보이는 철학적 우화다. 찬란한 기묘함과 동화 같은 신비로움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작품은 2017년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의 영화 '흔적'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바 있다.최성은 옮김, 396쪽, 민음사, 1만5000원.

◇낮의 집, 밤의 집

작품은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내는 방식을 띤다.

1990년대 폴란드 작은 마을 피에트노와 주변 지역이 배경이다. 등장인물들의 기억은 2차 세계 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성녀 쿰메르니스가 살던 때로 가기도 한다.

작가는 국내 언론 기자들과 서면으로 진행한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해 "누군가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경험은 폭넓고 방대해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영역이 있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묘사하기 불가능한 신비주의에 가까운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단편으로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마치 꿈속과 같이 삶과 죽음, 행복과 절망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가 거주하는 집에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꿈을 통해 경험하고, 누군가는 점괘나 우주에서 답을 찾는다"고 부연했다.

또 "인간은 끊임없는 변화의 대상이 되어 자신을 재발견한다. 그것은 자신의 낮의 집과 밤의 집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다. 그것은 꿈을 꾸는 일이며 삶을 꿈꾸는 사람과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 '방랑자들'을 쓰기 20년 전에 집필한 작품이다. 작가의 서사적 기법 실험과 상상력의 모태가 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옥진 옮김, 476쪽, 1만6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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