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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스가, 강제동원에 강경 입장…“한국에 적절한 대응 요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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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회담 뒤 분위기 다른 한·일

문 대통령 ‘친구’·‘동반자’ 표현 쓰며

갈등 해결 위한 소통 강조했지만…

스가는 전화 뒤 “우린 일관된 입장”

해결주체는 양국 아닌 ‘한국’ 고수

관계 개선 시도한 정부계획 차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여부 주목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의 민간 온라인 공연장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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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함께 찾아나가길 바란다.”(문재인 대통령)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가겠다.”(스가 요시히데 총리)

24일 이뤄진 한-일 정상의 전화회담은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일 관계에 대한 스가 신임 총리의 속내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였다. 회담 뒤 공개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문을 보면, 문 대통령은 20분에 걸친 이번 회담에서 스가 총리의 취임을 축하한 뒤 한-일 관계를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협력해나가야 할 동반자”로 평가하며 “현안 해결을 위한 소통을 가속화해나가자”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스가 총리도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해나가길 희망한다”며 “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와 노력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일본 쪽이 전하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스가 총리는 회담 직후 응한 간이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노동자 문제(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 양국 관계를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언급한 사실을 밝히며 “우리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가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이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란 말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라는 난제 해결을 위한 한-일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면,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한·일 양국’이 아닌 ‘한국’이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날 스가 총리가 언급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16일 기자회견)했으니 한국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친구·동반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우호를 강조하려 애썼다면, 일본은 ‘이웃 나라’, 북한 위협을 대비한 ‘일-미-한의 연대’ 등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한겨레

24일 한-일 전화회담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총리관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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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강경 입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일본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한다”(16일 문 대통령 축하 전문)며 조기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정부의 계획은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협의 지속”이라는 입장에서 9개월째 한발짝도 진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개최다. 문 대통령이 이 회담에서 스가 총리를 직접 만난다면,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정체된 당국 간 회담에 탄력을 줄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달 말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 당시 이 회담에 긍정적인 인식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똑 부러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은 스가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뒤 법원 압류 상태인 일본 기업들의 자산이 현금화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동원 문제에서 현금화 조처 유보 같은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스가 총리의 방한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길윤형 성연철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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