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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도 ‘짹짹이’ 타고 날았다…K팝 팬덤의 놀이터 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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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지난 10년 K팝 월드맵 공개

10년간 누적 K팝 언급 트윗 186억건

4세대 아이돌은 태생부터 ‘디지털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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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K팝’ 얼마나 언급됐나 / 그래픽=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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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강남구 역삼동 트위터코리아 본사 건물에 있는 ‘블루룸 스튜디오’에는 인기 K팝 가수 선미·몬스타엑스·스트레이키즈의 멤버를 초청한 특별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트위터는 이날 지난 10년간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들이 생성한 K팝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K팝 트위터 2020 월드맵’을 공개했다. 사회를 맡은 김연정 트위터 이사는 “지난 한 해에만 61억건의 K팝 관련 트윗이 생성됐다”며 “이제 트위터 하면 K팝, K팝 하면 트위터라고 할 정도로 둘은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K팝 산업과 트위터가 공생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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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22일 강남구 역삼동 트위터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특별 라이브 방송. (왼쪽부터)김연정 트위터 이사, 스트레이키즈 멤버 방찬, 선미, 몬스타엑스 멤버 형원과 기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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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년 7월~2020년 6월)간 K팝을 언급한 트윗 수는 누적 186억6279만건에 달했다. 트위터는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가 26억명(7월·스태티스타) 수준인 글로벌 1위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플랫폼이다. 같은 기간 트위터 이용자는 3억2600만명으로, 중국 신생 짧은 동영상 앱 틱톡(6억940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트위터가 전 세계 주요 소셜미디어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연간 수십억건의 K팝 관련 대화가 이곳에서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K팝 글로벌 팬덤의 ‘놀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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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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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트위터는 140자(한글 기준) 분량의 짧은 글로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는 글로벌 소셜미디어다. 대부분 회원은 가명(假名)으로 활동한다. K팝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변두리 문화’로 치부됐던 2010년 초창기부터 실명을 가리고 팬덤 활동을 펼치고픈 사람들이 트위터를 찾았다.

23일(현지 시각) UN 총회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BTS)이 트위터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BTS는 정식 데뷔(2013년 6월) 6개월 전인 2012년 12월부터 트위터 계정을 개설했다. 당시 트위터의 국내 이용자 규모는 600만명으로 적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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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2020년 9월 23일(현지 시각) 제75차 유엔총회 부대행사로 열린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 특별연사로 나섰다.


2012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대형 그룹 ‘엑소’가 데뷔하며 시작된 ‘3세대 아이돌’은 방송 출연 물량공세로 인지도를 쌓는게 일종의 공식이었다. 스타들은 준비된 무대로만 팬들을 만났고, 지금처럼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LTE 보급 초기인데다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받쳐줄만한 네트워크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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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미국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서 포즈 취하는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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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을까. 일각에서는 당시 스타트업 격이었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비싼 방송 대신 비주류 매체인 소셜미디어를 전략 무기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한 덕분에, BTS는 2017년 전후로 뒤늦게 온라인으로 옮겨온 다른 K팝 가수들보다 탄탄한 해외 인지도를 쌓게 됐다. 이 과정에선 트위터나 구글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하며 내놓은 ‘자동 번역’ 기능의 덕도 봤다. 멤버들이 한국어로 트윗을 올려도 팬들은 자동으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이를 읽을 수 있어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BTS는 2017년 5월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에는 인기가 인기를 낳는 선순환으로 연결됐다. BTS는 트위터에서 팔로어 1000만명(2017년 12월)을 달성하는 데 5년이 걸렸지만, 2000만명을 돌파(2019년 5월)하는 데는 1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만년 적자 트위터, K팝으로 ‘부활’

반대로 트위터도 K팝 글로벌 인기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3월 내한한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트위터의 부활은 K팝 스타와 팬들 덕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K팝 공식 계정은 434개(그룹 167개·개인 계정 267개)로, 이들의 팔로워 수를 합하면 1억 4000만명이 넘는다.

트위터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인기를 얻다가, 2010년대 들어서며 이용자 대규모 이탈 및 만년 적자로 위기에 빠졌다. 이를 살려낸 것은 BTS를 비롯한 K팝 가수들의 트위터 마케팅이었다. K팝 스타들의 팬덤이 트위터로 유입되면서, 광고 매출을 비롯한 수익이 수직상승한 것이다. 실제 트위터는 BTS가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은 2017년에 첫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BTS 수상 후 1년간(2017년 7월~2018년 6월) 트위터에서 생성된 K팝 관련 트윗양은 40억6400만 건으로, 전년(13억9400만건)보다 26억7000만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생 관계가 성공한 덕분에 최근 1~2년 사이 데뷔한 신인들은 데뷔 전부터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개설해 글로벌 팬층을 상대로 마케팅을 벌인다. 한국에서 인지도를 쌓고 해외 진출을 하는 방식이 아닌,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게 된 것이다.

트위터가 공개한 ‘K팝 월드맵’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그룹으로 꼽힌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레이키즈’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BTS처럼 정식 데뷔(2018년 3월) 전인 2017년 9월부터 트위터 공식 계정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팔로워 311만 4000명을 거느리고 있다. 처음부터 디지털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이른바 ‘4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각 나라마다 인기가수 달라…K팝 시장 더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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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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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위터에 따르면 K팝이 인기 있는 상위 23개국에서 언급량 1위를 기록한 가수는 태국(그룹 갓세븐이 1위)을 제외하고 모두 BTS였지만, 2위부터는 나라마다 다른 그룹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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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일본 새 싱글 '팡파르'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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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등 북미권에서는 트와이스가 BTS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가수로 기록됐다. 일본에서는 동방신기가 2위,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국가에서는 엑소가 BTS 다음으로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블랙핑크의 인지도가 BTS 다음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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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트윗 언급량 순으로 집계한 국가별 가장 많이 언급된 K팝 아티스트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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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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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 트위터 이사는 “이 같은 글로벌 전략 때문에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아도 해외에선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 그룹이 많고, 이제는 아무리 신생 그룹이라도 ‘월드 투어’가 기본 일정으로 자리잡게 됐다"며 "그만큼 K팝이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게 된 것이다. K팝 붐은 단기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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