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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켄터키 경찰의 흑인 총격은 정당방위” 울먹이며 호소한 흑인 州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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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잘못된 마약 첩보 받고 집에서 잠든 흑인 향해 총격

집에서 잠을 자다 경찰 총격에 숨진 흑인 여성의 사건이 미국을 다시 시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총격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3명의 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돼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3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응급구조요원으로 일하는 브리오나 테일러(26)는 퇴근 후 남자친구 케네스 워커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경찰은 테일러의 집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이 집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워커는 침입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총을 들고 문 앞에 섰다. 워커가 문 너머로 “누구냐”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아무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미 공화당 소속인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23일(현지 시각) 지난 3월 경찰 총격에 숨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3명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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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한 경찰 세 명은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워커는 경찰 쪽으로 총을 쐈다. 총알이 한 경찰관의 허벅지에 맞았고, 경찰 세 명은 워커와 테일러 쪽으로 32발을 응사했다. 워커는 총에 맞지 않았지만, 침대에 있던 테일러는 6발을 맞고 사망했다. 집에선 마약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세 경찰관의 총격이 ‘정당방위’라는 대배심(일반 시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 결론이 23일(현지 시각) 내려졌다. 다만 이 중 한 명의 경찰관에 대해선 발사한 총탄 중 일부가 이웃집까지 날아가 이웃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기소하기로 했다.

공화당 소속인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이날 직접 나서 배심원 평결을 설명했다. 흑인으로선 7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남부의 켄터키주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그는 “경찰은 임무를 다했고, 부주의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했다. 캐머런 장관은 당시 테일러 남자 친구 워커의 총격에 경찰관이 허벅지를 다쳐 대응했기 때문에 이는 정당하다고 했다. 경찰은 예고 없이 가택을 수색할 수 있는 영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나 역시 흑인이고 이 사건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며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어머니도 매우 힘들 것이다”라고 말하며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수의 대중이 원한다고 해서 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냥 복수일 뿐”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 법무장관은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머런 장관의 호소도 통하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켄터키주 루이빌뿐만 아니라 애틀랜타,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등 미 전역에서 대배심의 경찰 불기소 결정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민 수천 명이 이날 시위에 나섰다. 루이빌에서는 경찰 2명이 시위대의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72시간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도 사용했고, 최소 46명을 체포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오늘의 평결은 정의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며 “형사 사법 체계는 썩었다”는 성명을 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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