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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남매의 여름밤’ 속 옥주네 2층집 탐나네…영화 굿즈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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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보테로’ ‘디바’ 굿즈 패키지 상영회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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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2층 양옥집 입체 박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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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단비 감독의 영화 <남매의 여름밤>에선 오래된 2층 양옥집이 또 다른 주인공이다. 옥주네 가족은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다. 영화의 이런 정서를 고스란히 담은 굿즈(기념품)가 나왔다. 양옥집과 그 안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옥주네 가족 모습을 입체 박스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영화 굿즈가 나온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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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매의 여름밤> 2층 양옥집 입체 박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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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는 이 굿즈를 따로 판매하지 않고, 지난 19~20일 굿즈 패키지 상영회 관객들에게 나눠줬다. 보통의 영화 티켓보다 비싼 1만8000원이었는데도 마련한 좌석의 80%가 찼다.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 임진희 팀장은 “개봉한 지 한달이 지난 영화임을 감안하면 관객이 많이 든 편이다. 굿즈 반응이 좋아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도 패키지 상영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보테로>도 오는 26일 굿즈 패키지 상영회를 하는데,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현대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은 다큐영화로, 그의 그림을 활용한 배지, 엽서, 포스터 등을 굿즈로 만들었다. 배급사 마노엔터테인먼트 쪽은 “보테로의 그림이 워낙 인기 있어 굿즈의 인기도 올라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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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테로> 배지.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관객이 크게 줄어든 와중에 굿즈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장 욕구를 부르는 굿즈를 통해 영화관에 가야 할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내에 영화 굿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5~6년 전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다. 적은 홍보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내기 위해 주 관객층인 20~30대 여성이 선호하는 굿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예쁜 굿즈를 받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아 홍보 효과가 배가된다. 처음엔 엽서, 포스터, 스티커 등 인쇄물 위주였으나 점차 배지, 다이어리, 천 가방, 티셔츠 등 품목이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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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바> 배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굿즈가 인기를 얻자 상업영화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23일 개봉한 신민아·이유영 주연 <디바>도 23~27일 굿즈 패키지 상영회를 연다. 주인공이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배지와 포스터를 주는데, 벌써 70~80%대의 좌석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테넷>과 한국 영화 대작 <반도>도 굿즈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씨지브이(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는 영화별로 포토 티켓, 시그니처 아트 카드, 오리지널 티켓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굿즈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윤현진(22)씨는 국내에 출시되는 영화 굿즈의 70~80%를 모으느라 한달에 70만원가량 쓴다. 그는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해외여행 가서 기념품을 수집하듯이 영화를 기념할 만한 것들을 모으고 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굿즈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굿즈가 예쁘고 눈길이 가면 그 영화에 더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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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 오리지널 티켓. 메가박스 제공


고3 학생인 김요나단(18)군은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면 실물로 간직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굿즈를 모은다”고 했다. 그는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영화 게시판 사이트 ‘익스트림 무비’를 애용한다. 이곳 ‘굿즈 나눔’ 게시판을 보면 굿즈를 서로 교환하자는 글이 7000건 넘게 올라와 있다. 그는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배지를 웃돈 주고 사기도 했다.

영화 굿즈를 판매하는 장터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 굿즈를 제작하는 디자인 회사 프로파간다는 2년 전부터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시네마 스토어’를 연다. 영화 굿즈와 잡지 등을 파는데,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프로파간다의 최지웅 실장은 “서울 홍익대 앞 굿즈숍 카페 ‘씨네마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군산 초원사진관 옆 굿즈숍 ‘마이페이보릿’도 인기 있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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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익대 앞 굿즈숍 카페 씨네마포. 씨네마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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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 열풍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나온다. 패키지 상영회에 와서 영화는 안 보고 굿즈만 챙겨 사라지거나, 인기 있는 굿즈에 웃돈 붙여 되파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까지 생겨난 것이다. 이 때문에 요즘은 영화가 끝난 뒤 굿즈를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익스트림 무비 게시판에 이러한 행위를 자제하자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비슷한 굿즈가 쏟아지면서 업계나 관객 모두 피로도를 느끼기도 한다. 임진희 팀장은 “굿즈를 만든다 해서 꼭 영화 흥행에 도움 되는 건 아니다. 영화가 우선 매력적이어야 하고 굿즈 또한 해당 영화 특성을 잘 반영해 차별화를 꾀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남매의 여름밤> 2층 양옥집 입체 박스를 만든 ‘딴짓의 세상’의 오세범 대표는 “굿즈를 보고 영화의 장면과 거기서 느낀 감흥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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