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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윤건영·백원우·기동민·최강욱... 검찰 캐비닛에 꽁꽁 숨어버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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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건영, 백원우, 기동민, 최강욱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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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권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중앙지검 형사6부는 25일 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정대택씨를 소환 조사한다. 정씨는 2003년 윤 총장 장모와 사업 관계로 틀어져 17년간 20여건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온 인물이다. 정씨는 윤 총장이 결혼(2012년)하기 이전인 2006년 이미 해당 사건에 대한 강요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실형을 살았고, 2017년에도 무고 혐의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살았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 결혼 한참 전에 발생한 해묵은 사건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 지검장은 이날 정씨를 소환 조사하면서 또 다시 윤 총장 장모 사건에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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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기소된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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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최근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 딸에 대한 부당 특혜 의혹 사건을 작년 9월 고발 1년여만에 수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작년 ‘조국 사태’ 당시 여권에서 ‘물타기’ 용으로 나 전 의원 사건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법적으로 혐의 적용이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통째로 기각당한 것만 봐도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장모 사건과 나 전 의원 딸 사건 모두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자 “왜 윤 총장 장모와 나 전 의원은 조국처럼 수사를 하지 않느냐”며 여권이 문제를 제기한 뒤 중앙지검에서 발빠르게 수사에 착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건 모두 올 상반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배당 받아 가지고 있었던 사건이다. 직전 정진웅 형사1부장은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검사다. ‘추미애-이성윤-정진웅’ 직속 라인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사에 나설 수 있었던 해당 사건들에 대해 여권이 “윤 총장이 사건을 막고 있다”며 왜곡했다는 법조계 비판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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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 차명계좌 의혹과 허위 국회 인턴 등록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두 사람은 검찰 고발됐지만 석달이 지나도록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공익 제보자가 "나부터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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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아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 장모와 나 전 의원 딸 의혹 수사에 발빠르게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반면,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은 “한번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면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실세로 평가받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과 백원우 전 의원이 연루된 노무현재단 부설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차명계좌 의혹 및 국회 인턴 허위 등록 사건은 6월 3일 고발됐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석달째 아무런 수사를 하지 않았다. 해당 의혹을 언론에 폭로한 공익 제보자가 최근 검찰 수사팀에 “나부터 수사해달라”며 자수서를 제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윤 의원 지시로 백 전 의원실에 허위로 인턴을 등록해 세비를 받아왔다는 해당 제보자가 직접 모은 각종 증거와 자료들을 언론과 수사팀에 배포했지만, 검찰이 윤 의원과 백 전 의원을 언제 소환 조사할지는 오리무중이다. 박순철 남부지검장은 지난 3월 의정부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윤 총장 장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던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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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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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주범 김봉현(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5월이다. 김 전 회장이 2016년 총선 전후 기 의원에게 고가의 맞춤 양복과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회장이 마련한 필리핀의 골프 리조트로 기 의원과 다른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2015년에 ‘접대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양복을 받고 필리핀을 다녀온 것은 맞지만 돈은 안 받았다”고 부인했다. 급기야 지난달 21일 야당 의원들이 “기 의원은 검찰 조사에 즉시 응하라”고 국회 기자회견을 열자 기 의원은 “조사에 응하고 소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성실하고 정확하게 조사에 임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까지 입장을 밝혔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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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채널A 기자가 하지도 않은 말을 녹취록 내용인 것처럼 페이스북에 올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최 의원은 4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가 했다는 발언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 줬다고 한마디만 해라. 그 다음은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하시면 된다. 검찰에 고소할 사람은 우리가 미리 준비해 뒀다” “우리는 지체 없이 유시민의 집과 가족을 털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노무현재단도 압수수색 한다. 우리는 세게도 할 수도 있고 기소 안 할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을 올렸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채널A 사건 관련 녹취록 어디에도 최 의원이 올린 내용은 없었다. 모두 최 의원이 창작한 내용인 것이다. 사실 관계가 이렇게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고발 다섯달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기소 여부를 뭉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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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신라젠에 65억을 차명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4월 MBC 뉴스데스크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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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사건 관련해 지난 4월 검찰에는 두 개의 고소 고발건이 동시에 접수됐다. 친정권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고, 최경환 전 부총리가 자신이 채널A 기자가 취재하려던 상장사 신라젠에 65억원을 차명투자 했다고 의혹 보도한 MBC를 명예훼손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MBC는 오보 논란을 의식한 듯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해 추가 취재를 통해 후속 보도를 하겠다고 했지만 추가 보도는 없었다.

윤 총장은 4월 동전의 앞뒤면 같은 두 개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함께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정진웅 부장이 이끌던 수사팀은 지난 8월초 채널A 기자를 구속 기소했고, 채널A 기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수차례 재판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MBC 명예훼손 사건은 4월 고소인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뒤 현재까지도 아무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뭉개는 사이 최 전 부총리가 형사 고소와는 별개로 MBC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소송은 서울서부지법에서 11월11일로 기일이 먼저 잡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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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 전날 방송에 대해 사실상 오보를 인정하고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KBS 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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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하루만에 오보를 인정한 KBS 보도에 개입 의혹을 받아왔던 신성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에 대한 서울남부지검 수사 역시 캐비닛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신 검사는 내부 징계나 수사는커녕 지난달 추미애 장관의 간부 인사를 통해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전국 특수 사건을 보고 받는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으로 영전했다.

검찰이 수사를 뭉개는 사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3일 KBS의 해당 보도에 대해 심의를 하고 법정 제재인 주의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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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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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7월 9일 사망한 지 석달이 다 돼가지만 피소 유출 의혹 수사 결과가 너무 늦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북부지검은 최근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피해자의 경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가해자에게 사전 유출됐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경찰과 청와대가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성추행 피해자 변호인이 서울중앙지검에 가장 먼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상담을 의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피소 유출의 당사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이 지검장이 자신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을 중앙지검이 수사해도 되느냐는 일각의 비판을 우려해 사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제한적인 사건 관계인들이 모두 경찰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고 충분한 진술을 했었던 만큼 시간을 오래 끌 사안은 아니라는 법조계 일각의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북부지검 측은 “지난 달 검찰 인사로 수사팀이 바뀌어 새로 수사팀을 꾸린 뒤 매일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중간 과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일뿐 수사를 끌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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