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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자수첩] 與의원들조차 몰랐다는 부동산 정책, 정부의 귀는 어디로 열려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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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여당 의원도 모르는데요"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부동산 시장을 뒤흔든 6·17대책과 7·10대책 발표 당시 민주당 소속 국토위 의원들이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고 이 관계자는 토로했다.

당시 국토위·기재위 등 유관 상임위의 여당 간사 극소수만이 정부로부터 언질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와 여론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며 입법권을 행사하는 여당 상임위원들이 정책을 주도하기는커녕 ‘거수기’ 역할도 못 한 셈이 됐다.

여당 국토위원들이 참여한 첫 부동산 당정은 결국 7월 15일에야 열렸다. 그러나 이날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8·4공급대책도 여당 내에서 ‘불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8·4대책에서 62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상암동의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딨느냐"고 반발했다.

정 의원뿐 아니라 8·4대책에 대규모 공급이 예고된 지역의 여당 소속 지자체장과 의원들 모두 "나는 몰랐다"며 펄쩍 뛰었다. 여야를 불문하고 불만과 우려가 쌓여가고 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과의 소통창구마저 막아버릴 정도니 시장·여론과의 정책 설명과 피드백 과정이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했다.

부동산 대책이 귀를 막고 결정된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주무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군 이른바 ‘시무 7조’ 청원에 대해 "읽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의 공식 유튜브 계정은 편향된 논리로 비판받는 일부 부동산 폭락론자들의 채널만 구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정부와 여당이 불통을 넘어 고립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현실에는 눈을 감고 이념에만 경도된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이미 답을 정해놨으니 시장이든 여론이든 답과 다르면 그저 잡음으로 보는 것 아니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반(反)시장적 대책으로 시장의 왜곡을 부추겨놓고는 시장의 반응에까지 귀를 닫게 되면 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합시다". 김 장관의 취임사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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