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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섣불렀던 군 발표, 달랐던 북한 설명…'월북' 진실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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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장에 따르면 '80m'에서 첫 접촉…정상적 대화 가능했을까

뉴스1

해양경찰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2020.9.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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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나혜윤 기자 = 북한이 상세한 피격사건의 전말을 담은 전례없는 수준의 전통문을 보냈지만, 사망한 A씨가 월북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없어 '월북'의 진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25일 우리 국민 피격 사건과 관련한 통지문을 보내 "(정체 불명의 인원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해 우리 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씨가 북한 측 해역으로 '불법 침입'했고, 대응 과정에서 사살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군·정보 당국 등이 A씨가 '월북'하다가 북한군에게 발견돼 총격 살해당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의 전통문에는 A씨가 월북했다고 볼 정황은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강녕반도 앞 우리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측은 "우리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했고,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했다.

이처럼 북측의 전통문 어디에도 A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으면서, A씨의 '자진 월북' 여부를 둔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측이 '침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볼 때 남측에서 제기되고 있는 '월북' 논란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또한 전통문에서 밝힌대로 첫 신분확인 요구를 80m 거리에서 시도한 점을 볼 때 A씨와 북한군의 대화가 제대로 이뤄졌을 지 의문이다. 실종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38km 가량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A씨의 체력 등을 고려할 때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들로 미뤄볼 때 북한이 A씨에게서 월북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A씨가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월북 의사가 없었거나, 월북 의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총격을 가하면서 이에 대해 함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측의 주장에 반해 우리 군은 전날(24일) A씨의 실종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월북으로 판단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군은 그 근거로 Δ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Δ실종 전 선상에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Δ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Δ월북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들었다.

정보당국도 통신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을 확보, A씨와 북측의 대화 내용이나 북한군의 대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월북 목적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를 정부가 월북자로 판단해 곧바로 공개한 점을 두고, 유가족 측이 반발하면서 진실공방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월북상황과 동기 등을 좀 더 조사한 이후에 발표해야할 내용을 사건공개 시점부터 '월북'으로 특정해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의문점이 남게 됐다.

게다가 북측이 이를 부인하는 듯한 전통문을 보냄으로써 '월북'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군과 정부 당국이 월북 의도·상황 등과 관련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북측의 주장을 '책임회피' 정도로 일축하고 정부 발표에 무게가 강하게 실렸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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