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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서울대 무림사건’ 고문 피해자들, 40년만에 완전 무죄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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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고인들, 마음으로부터 응원"
한국일보

'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 김명인 인하대 교수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에서 나서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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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신군부에 저항하는 학내 시위를 하다가 불법 체포ㆍ구금돼 고문을 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을 통해 40년 만에 완전한 무죄를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는 김명인 인하대 교수와 박용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민사재심추진위원의 반공법 위반 등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게 이번 판결는 두 번째 재심 선고다.

1980년 12월 11일 서울대 학내운동 세력인 '무림'은 전두환이 주도한 신군부의 12ㆍ12 쿠데타 1주년을 맞아 학내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경찰은 관련 학생들을 대거 불법 연행ㆍ구금하고 고문했는데, 이를 무림사건이라고 부른다.

당시 서울대 국문과 재학생이던 김 교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해 군부 독재를 타도하자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만들어 뿌렸다. 동양사학과 재학생이던 박씨는 앞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ㆍ제적됐다가 복학한 상황에서 다시 체포됐다.

집회 이후 영장도 없이 경찰에 연행된 이들은 이듬해 1월 정식 구속영장이 발부돼 집행될 때까지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불법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 기술자' 이근안 등으로부터 구타와 물고문, 잠 안 재우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화 후인 1999년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이듬해 계엄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받아냈으나, 반공법 위반 혐의 부분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되지만 범죄가 가벼워 처벌하지는 않고, 일정 기간 후 아예 형의 선고를 면해 주는 처분이다. 김 교수와 박씨는 2018년 다시 재심을 청구했고, 이번 재심을 통해 40년 만에 완전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재심 재판부는 "여러 증거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피고인들이 원심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도 했는데, 이 또한 불법구금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981년 원심 판결 당시 피고인들의 법정진술,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고인 신문조서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은 모두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마친 후 "피고인들은 당시에도 그렇고 이후 사회적, 개인적으로도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도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대해 깊은 공감을, 마음으로부터 응원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재판을 마친 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지연됐더라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되니 고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울러 "판사님의 주문 중 '깊은 공감을 표하고 응원한다'는 말에 굉장히 반갑고 기뻤다"며 "다시는 젊은 사람들이 민주 시민의 신념과 권리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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