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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원전 집단 멈춤 사고, 태풍의 소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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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달 초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하이선의 영향으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집단 가동정지 사고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25일 조사 결과를 내놨다. 원안위와 산업부는 태풍의 영향으로 원전 8기에서 발생한 발전소 밖 전력계통 문제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원전설비나 송전선로 등에 염분이 쌓이면서 순간적으로 전기에 불꽃이 튀는 섬락(閃絡)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태풍이 몰고 온 소금기가 전력 설비에 닿아 스파크가 일면서 전원이 차단된 사고라는 것이다. 원안위는 사고가 외부에 노출된 변압기 관련 설비에서 발생한 만큼 각 원전의 주변압기 등을 밀폐설비로 변경하는 등 외부 노출부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원전과 외부 변전소 사이 전기가 오가는 송전 및 부속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원자로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모든 전원이 끊길 경우 원자로 냉각 중단으로 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만, 외부 전원공급이 차단되자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하면서 원자로 냉각 기능은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 원전 집단 정지사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원전들에 대한 보강공사가 실시됐음에도 태풍과 폭우 정도에 원전이 견디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으로 외부 전력이 끊긴 상태에서 발전소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침수된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외부 노출부를 최소화하는 등 자연재해에 견뎌낼 수 있도록 보강공사가 이뤄졌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원전 설비가 소금기에 전원이 끊길 정도로 내구성이 약한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로 폭우나 초강력 태풍 등 자연재해는 갈수록 빈발할 것이고, 원전 밀집지대인 동해안이 태풍의 상륙경로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원전 18기가 포진해 있는 동해안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대다. 원전 불시정지 사고가 더 잦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원안위는 자연재해가 예상될 때 예방적 가동정지 등 안전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태풍 경로에 위치한 원전을 미리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만 한국은 원전 밀집도가 높아 이 방법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응해 원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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