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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인생의 마지막에서 풀게 되는 숙제,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해답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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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누구나 죽기 전에 꿈을 꾼다
크리스토퍼 커·카린 마르도로시안 지음
이정미 옮김
RHK | 280쪽 | 1만5800원

“세상을 떠나기 전 실제보다 생생한 ‘특별한 꿈’을 꾼 사람의 비율 80%. 그 꿈이 이미 고인이 된 친구, 친인척과 관련한 내용인 경우 72%. 그 꿈이 준 위안의 정도, 5점 만점에 4.08점….”

말기 에이즈 환자 톰이 호스피스 버펄로를 찾았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마흔이었다. 젊은 의사 크리스토퍼 커는 현대의학을 총동원해 그의 삶을 얼마만이라도 늘리려 했다. 하지만 경력 20년의 간호사 낸시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유는 톰이 계속 돌아가신 어머니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48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죽기 전 꿈에 어떠한 의미가 숨어있는 것일까.

호스피스 의사인 저자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이 특별한 꿈을 꾼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400여명의 인터뷰와 10여년에 걸쳐 정량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종 경험을 연구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임종몽과 임종시는 말기 환자가 생을 마감하기 수일 전이나 수주 전부터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꿈이나 환시를 의미한다.

저자는 임종몽이 말기 환자들에게 일반적인 경험이며, 환자들이 그 꿈 이후 큰 변화를 겪는다고 전한다. 꿈에서 아내를 만난 노인이 아내 곁으로 가겠다며 치료 중단을 요구하고, 꿈에서 과거의 잘못을 경험한 마약 중독자가 비로소 가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식이다. 인생 마지막에서 꾸는 꿈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발견하며, 평화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오래 살기는 쉬워졌지만, 잘 죽기는 어려워진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전한다. “좋은 죽음 같은 것은 없고, 좋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임종과 임종 과정은 살아온 삶의 연장선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대로 죽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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