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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만물상] 北의 엽기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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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북·중 국경에서 북 보안원들이 탈북자 수십 명의 코와 손을 철사로 꿰어 북송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노예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인권 유린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중국 땅에선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중국 측이 ‘사람 꿰는 짓은 북에 가서 하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인권 탄압으로 악명 떨치는 중국 눈에도 사람을 짐승 취급하는 북한 만행은 참고 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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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한 국가에서 탈북하려던 공관원이 북측에 붙잡혔다. 이송 중 도주를 우려했던 북은 공관원의 두 다리를 부러뜨렸다. 다리를 깁스한 채 끌고 갔다. 북 수용소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유아 살해, 강제 유산, 고문을 고발한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수감자들을 “걸어 다니는 해골”이라고 적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사를 지낸 아우슈비츠 생존자는 “어릴 적 나치 수용소에서 경험한 것보다 북한 수용소가 더 끔찍하다”고 했다.

▶노동당 간부였던 탈북민이 1990년대 공개 총살 장면을 앞 줄에서 목격했다. 수 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알 수십 발이 사형수들 머리를 집중 타격했다. 순식간에 머리 없는 시체가 됐다. 김정일이 ‘조선놈은 머리가 나쁘니 머리를 쏘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일성 시대에는 사형수 1인당 9발로 총살을 했다. 그런데 김정일이 집권하자 최대 90발로 늘었다. 왜 9발, 90발이냐고 물었더니 탈북민은 ‘9호 농장’에서 김씨 일가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처럼 북에서 '9′는 크고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소총이 아니라 대공(對空) 무기인 14.5㎜ 고사총으로 사람을 박살 냈다. 반역자 장성택 측근들과 불경죄로 숙청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가루로 만들었다. 북 판결문에 ‘뼈 한 조각, 살 한 점 묻힐 자격이 없다’고 적히면 조각난 시신은 화염 방사기로 소각된다. 가족들은 그 참극을 강제로 봐야 한다. 근·현대 인류사에 이런 엽기와 야만이 있었나. 미국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 책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이 내게 말하길 장성택을 죽이고 머리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전시했다”고 말한 게 과장이 아닐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일단 구하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북은 우리 국민을 6시간 넘게 바다에 놔두고 조사하다 결국 사살, 소각했다. 어제 북이 ‘시신 소각’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야만적 엽기 본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런 집단이 선의를 갖고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북으로 가 1년만 살며 그 ‘선의’를 한번 경험해봤으면 한다.

[안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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