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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상부 승인 없이 南 민간인 총격?…곳곳에 미심쩍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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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격 과정 상세히 설명했지만 곳곳에 의문

우리 군 파악 내용과 달라 논란

월북 진술은 없었다?

하루 넘게 바다에서 버텼는데 첫마디 꺼내고 침묵, 도주하려 했다?

정장이 상부 승인 없이 비무장 민간인 살해를 결정?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노컷뉴스

25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양경찰로 보이는 관계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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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2일 오후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격으로 살해한 사건을 일으킨 지 3일만인 25일, 대남기관인 통일전선부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특히 여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례적인 내용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함께 전해 온 피격 경위 설명을 보면 핵심 사실 관계에 있어 우리 군이 첩보를 분석한 뒤 재구성해서 파악한 내용과 완전히 다르고, 정황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사태가 쉽사리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먼저, 통전부는 사격 직전의 상황에 대해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2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22일 오후 4시 40분쯤 실종된 A씨가 북한군에 표류 경위와 자진 월북 의사를 진술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그가 이름 정도만 언급하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월북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A씨는 실종된 지 이미 24시간 이상이 지났으며, 그 동안 실종 지점에서 직선거리로만 38km 남짓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다. 실제로는 더 멀리 돌아서 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A씨는 부유물에 탄 채로 하루 넘는 시간을 물 위에서 버텼는데, 정작 자신을 바다에서 구해 줄 수도 있는 북한 쪽에는 "대한민국..."이라며 이름 정도만 말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A씨가 첫마디를 꺼낸 이후 피로에 지쳐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팔을 흔드는 등 최소한의 몸짓을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 등도 있다.

다만 당시 바다엔 파도가 치고 단속정과 A씨와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그가 의사를 표시하더라도 북한군이 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함구무언'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몸을 더 가누지 못할 만큼 지쳤을 수도 있다.

또, 북한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해군 단속정은 상부의 지시가 아니라 이 배를 지휘하는 정장의 결정에 따라 A씨에게 10여발의 사격을 가했다. 근거는 '해상 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준칙'이었다고 한다.

단속정처럼 작은 배의 지휘관(정장)은 대위 정도 계급의 장교가 맡는다. 북한의 표현대로라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나 '불상사', '북남 사이 관계에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 '유감스러운 사건'이 정장 한 명 때문에 발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아무리 코로나19 유입 차단 때문에 국경 부근에서 월경자에 대한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도, 남측에서 왔다는 비무장 민간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엄중한 사건을 상부 보고도 없이 저질렀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우리 군이 최전방에서 '선조치 후보고'를 적용하는 것처럼, 북한군도 최전방에서는 현장 지휘관에게 조치의 수위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는 북한군 지휘부가 관련 지시를 했고, 면피를 하기 위해 통지문에서 정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식 주장을 펼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며 추가 조사 계획을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북한이 언급한 상황에 대해선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며 "우리 군은 관련 첩보를 종합해 정밀분석한 결과를 언론에 설명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현장을 직접 지켜본 것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진 뒤에 첩보를 조합해 이를 재구성했고, 때문에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새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정확한 피격 경위는 미스테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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