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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하후돈과 장합, 그리고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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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민준 변호사 ] [편집자주] 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㉙


필자의 욕망 때문에 다시 소환된 하후돈과 장합, 그리고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


22번째 글에서 하후돈이 여포 휘하의 고순과 싸우다가 함정에 빠져 고순의 부장 조성이 쏜 화살에 한 쪽 눈을 맞은 일화와 함께 하후돈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를 가정해 벌었어야 할 돈을 벌지 못한 것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관해 개략적인 계산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28번째 글에서 장합이 목문도에서 전사한 내용을 적으면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과정에 관해 적는 적이 있습니다.

장합 역시 전투 중에 사망한 것이니 굳이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본다면 사망한 장합의 유족이 산재보험금을 연금 또는 일시금의 형태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위 유족연금의 수급자와 관련해 현재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다시 하후돈과 장합을 소환하였습니다.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① 산재로 사망한 A의 유족으로는 아내와 두 명의 어린 자식이 있는 경우입니다.

② 산재로 사망한 B의 유족으로는 함께 살던 재혼한 아내와 따로 이혼했던 전처와 살고 있던 두 명의 어린 자식이 있는 경우입니다.

위 ①, ②처럼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한 경우라면 현행법상 유족급여의 수급자는 사망한 근로자의 배우자가 됩니다.

그런데 사실 위와 같은 규정은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①의 경우에는 어린 자식들의 친부가 사망함에 따라 어린 자식들의 친모가 유족급여를 받았으니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보험금은 온전히 망인의 배우자와 망인의 어린 자식들을 키우고 교육하는데 쓰일 수 있습니다만,

②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재혼한 아내가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급여를 모두 받을 수는 있지만 (현행법대로라면) 친모와 다로 살던 어린 자식들은 친부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친부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급여의 혜택을 단 한 푼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유족급여를 받은 재혼한 배우자가 유족급여가 지급되는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의붓아들∙딸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해서 받은 유족급여의 일부를 나누어 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현실에서는 그런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구체적 타당성을 생각한다면 ②의 경우에도 남겨진 두 명의 어린 자식들이 유족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통상 위와 같은 산재가 발생하게 되면 유족측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신의칙상 근로자 보호위무 위반을 이유로 근로자가 소속된 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유족급여를 고려한 손익상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상속 후 공제설’의 입장입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나마 계산을 해볼까 합니다.

사망한 근로자에게 아내, 두 명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총액을 5억 원, 근로자의 과실을 30%,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유족급여(연금으로 받는 경우라면 이를 일시금으로 환산합니다) 2억 원이라고 가정합니다(원칙적으로 사망한 경우 망인의 생계비로 1/3을 공제하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이 부분과 사망한 근로자, 배우자, 자녀들의 위자료 부분은 생략합니다).

아내는 5억 원 중 30%가 공제된 3억 5,000만 원에서 자신의 상속분 3/7에 따라 1억 5,,000만 원을 상속하고 여기서 유족급여로 받은 2억 원을 손익상계로 공제하니 ‘-5,000만 원’이 되어 오히려 5,000만 원을 더 받은 셈입니다(더 받은 5,000만 원을 위자료에서 법원이 참작할 수는 있지만 ‘동일한 사유’에 한해 공제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의하면 위자료에서 위 5,000만 원을 공제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들은 5억 원 중 30%가 공제된 3억 5,000만 원에서 자신의 상속분 2/7에 따라 1억 원을 각 상속합니다만, 아이들은 유족급여를 받지 않았으니 손익상계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다시 위 ①, ②의 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①의 경우라면, 아이들의 친모가 단독으로 유족급여를 수령한다 한들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더 받은 돈을 쓸 테니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②의 경우에는, 사망자의 전처인 친모와 살고 있는 아이들이 따로 떨어져 사는 사망자의 재혼한 배우자와 왕래가 많지 않다는 점, 현실적으로도 재혼한 배우자가 전처와 살고 있는 사망한 남편의 친자까지 챙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런 경우에는 재혼한 배우자가 단독으로 수령한 유족연금 2억 원 중 적어도 두 아이들의 상속분 만큼은(4/7 = 2/7 x 2, 약 만1억 1,400 원)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의 규정대로라면 법적으로 위 1억 1,400만 원을 아이들의 몫으로 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됩니다(대법원이 취한 ‘상속 후 공제설’이 아니라 ‘공제 후 상속설’을 취하게 되면 아이들의 상속분에서도 아이들이 받지 않은 유족급여가 공제되어 아이들에게 더 불리합니다).

위 계산에서 확인하신 것처럼 대법원은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덜 불리한 ‘상속 후 공제설’을 통해 현행법의 불합리한 점을 다소 보완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i)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가 적지 않은 점 ii) 현실적으로도 이혼한 부부가 적지 않은 점 iii) 통상 자녀들이 어릴 경우 친모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한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유족급여 수급자에 관한 규정만큼은 앞서 적은 불합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족급여 수급자의 자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오늘 적은 내용은 대단히 전문적이고 지엽적이라 재미도 없고 어려우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이혼 후 친모와 살다가 산재로 친부를 잃은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급한 일인데 현실에서는 이 부분에 관한 법적 고려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 입법자에 의해 앞서 지적된 문제가 방치’되어 왔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시급히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관한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머니투데이



남민준 변호사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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