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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기자의 유레카!] "똑똑 계세요?" 얼음 위성 문 두드리는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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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호가 촬영한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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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유레카!-34] 최근 금성의 대기에서 포스핀이 발견됐다는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금성이 '깜짝' 주목을 받기 전, 과학자들의 시선은 화성 밖, 태양계 내 위성(衛星)들에 고정돼 있었습니다. 행성의 인력에 의해 그 둘레를 도는 천체인 위성들 중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이 있기 때문이죠. 이들 위성의 공통점은 얼어붙은 지표 밑으로 '물'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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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에서 수증기를 분출하는 엔켈라두스의 상상도. 엔켈라두스의 얼음 지표 밑엔 물이 흐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카시니호는 남극에서 분출되는 `수증기`를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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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음이 생성되는 엔켈라두스


"태양계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만큼 매력적인 세계는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엔켈라두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엔켈라두스는 지름 약 500㎞의 작은 위성으로, 수십 ㎞ 두께의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 거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 위성의 표면 온도는 영하 210도로 매우 춥죠.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개발해 1997년 발사한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5년 엔켈라두스의 남극 상공을 탐사하던 중 호랑이 줄무늬로 알려진 지형에서 500㎞ 높이로 수증기가 분출하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카시니호는 대기 중을 통과하며 샘플을 수집했는데,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벤젠 등 여러 유기물이 포함돼 있었죠.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의 바닷속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피엔차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나사 공동 연구팀이 2014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엔켈라두스 표면 30~40㎞ 아래 수심 8㎞, 한국 면적의 82% 넓이에 달하는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최근 엔켈라두스가 과학계의 기존 생각보다 더 역동적인 천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카시니의 가시광선 및 적외선 매핑 분광기(VIMS) 자료를 분석한 프랑스 낭트대 등 연구팀은 (남반구만이 아닌) 북반구에서도 새로운 얼음층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카시니호는 2017년 토성 대기권에서 산화하며 퇴역했습니다. 탐사선을 파괴하지 않고 그냥 둘 경우 자칫 생명체가 있을지 모르는 다른 위성과 충돌해 그곳을 오염시킬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엔켈라두스에 대해 예정된 추가 탐사 계획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과학계 일각에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이곳을 반드시 탐사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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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니호가 적외선으로 촬영한 타이탄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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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가 있는 수성보다 큰 타이탄


나사에 따르면 토성엔 82개 위성이 있는데 이 중 53개가 확인돼 명명됐습니다. 53개 위성 중 엔켈라두스와 더불와 과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는 곳이 바로 타이탄입니다.

타이탄은 '거인'이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합니다. 1980년 보이저 1호가 타이탄에 근접해 관측한 결과 타이탄의 지름은 약 5150㎞로 행성인 수성(4880㎞)보다 컸죠.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5270㎞)에 이어 태양계 내에선 두 번째로 큰 위성입니다. 타이탄이 과학계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태양계 위성 가운데 유일하게 두꺼운 대기와 액체로 된 호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사에 따르면 태양계 내엔 150여 개의 위성이 있는데 이 중 타이탄에만 '대기'가 있습니다. 대기는 질소 95%, 메탄과 기타 탄소가 풍부한 화합물이 5% 정도를 차지하죠. 지표면의 대기압은 지구보다 60% 정도 높은데, 이는 수심 약 15m 깊이에서 느낄 수 있는 압력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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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지표에 착륙해 탐사를 진행한 탐사선 하위헌스가 촬영한 타이탄 표면 /사진=NASA, ESA


타이탄 역시 얼어붙은 위성으로 지표 온도는 영하 179도에 달합니다. 표면엔 메탄, 에탄과 같은 액체 탄화수소로 이뤄진 바다가 있지만, 얼음층 아래엔 물로 이뤄진 바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궤도선 카시니호와 타이탄 지표 탐사를 진행한 탐사선 하위헌스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타이탄 지표 밑 55~80㎞ 지점에 바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사는 헬리콥터와 비슷한 무인기인 드래곤플라이를 활용한 탐사를 준비 중입니다. 드래곤플라이는 2034년 타이탄에 도착할 예정으로 위성 곳곳을 누비며 환경 정보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과거 또는 현재 존재하는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임무도 수행하게 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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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표면. 과학자들은 15~25㎞ 얼음층 아래 60~150㎞ 깊이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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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가 발견한 유로파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로 갈릴레이가 1610년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발견한 유로파. 유로파 역시 영하 160도 정도의 얼어붙은 위성으로 과학자들은 15~25㎞의 얼음층 밑에 60~150㎞ 깊이의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지름 1만2700㎞)보다 작은 유로파(3120㎞)의 바닷물 양이 지구 전체의 물을 합한 양의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목성계를 탐사한 갈릴레오호가 수집한 데이터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로파 표면에서 160㎞ 상공까지 수증기가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실제로 2019년 수증기를 발견했습니다. 수증기의 원천이 지표 밑 바다라면, 카시니호의 엔켈라두스 탐사처럼 유로파 상공을 비행하며 수증기를 채집·분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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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상공을 비행하는 유로파 클리퍼 미션의 상상도 /사진=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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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유로파에 대해선 향후 탐사가 예정돼있습니다. 나사는 유로파 클리퍼라는 임무를 준비 중입니다. ESA는 주스(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라는 탐사를 준비 중입니다.

우리는 과연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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