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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세종풍향계] 비주류였던 홍남기, 수행비서에 첫 '非고시'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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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수행비서직에 비(非)고시 출신 사무관이 발탁됐다. 역대로 부총리를 겸하는 기재부 장관 수행 비서 자리는 ‘장래의 장·차관감’이라는 평가를 받는 촉망받는 사무관들이 발탁됐었다.

장관 수행비서직에 비고시 출신이 발탁된 것은 과거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시절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세종시 관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파격인사의 주인공은 전홍규 사무관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6월 전 사무관을 부총리 수행비서로 발탁했다. 지난 4월부터 부총리 비서실에 전입해서 부총리 일정 관리 등 행정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6월부터는 부총리 하루 일정을 동행하며 의전을 전담하는 수행비서로 근무 중이다.

조선비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을 수행하고 있는 전홍규 사무관. 전 사무관은 역대 최초로 비고시 출신 장관 수행비서다./기재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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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무관은 2007년도 7급 공채에 합격해 서울시립대 교무과에서 공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도 기재부로 전입을 자원한 뒤 대외경제국, 인사과, 국고국, 복권위원회 등에서 근무했다. 태도와 업무능력, 세평 등에서 모두 모자람없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고, 홍 부총리도 이런 세평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수행비서는 장관의 ‘손발’이 되는 자리다. 저연차 사무관들에게는 출세 코스로 입문하는 요직으로도 꼽힌다. 현재 고위공무원단인 기재부 국장급 공무원 중에서도 장차관 수행비서직을 거친 사람이 다수다.

김동연 전 부총리, 홍남기 부총리가 연이어 기재부 수장에 오르면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덕수상고를 졸업한 후 주경야독 끝에 고시 2관왕에 오른 성장 배경이 유명하고, 홍 부총리 또한 기재부 내부에서는 비주류인 한양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이른바 서울대 법·상대 위주였던 기재부 엘리트 집단과 다른 성장 배경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전 부총리와 홍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에서는 비고시 출신 사무관들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배경보다는 실력과 조직 기여도 위주로 숨어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인사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고시 합격 여부가 아닌 태도와 실력, 조직에 대한 헌신으로 인재를 발탁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고시 출신에 대한 벽은 여기저기서 허물어지고 있다. 혁신성장추진기획단(혁단) 총괄팀장(과장급)인 김동곤 팀장 역시 비고시 출신으로 국 총괄 과장 자리에 발탁됐다. 김 과장은 작년에는 기재부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국에서 물과정책과장을 역임했었다. 혁단은 한시조직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업무적으로 탁월한 성과로 핵심 보직에 비고시 출신 과장을 배치한 것이다.

기재부 공무원 생활의 ‘꽃’으로 불리는 유학 기회도 마찬가지다. 올해 기재부 유학 기회는 총 25명에게 돌아가는데 그중 약 40%정도가 비고시 출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고시 합격 여부가 아닌 정당한 경쟁을 통해 실력 위주로 기회를 주자는 기조에 따른 것이다.
부총리가 영어실력과 관계없이 조직기여도에 따라 직접 발탁하는 자리(8개) 중에서도 특채 등 비고시 출신이 약 3명에 달한다.

이같은 변화는 그간 기재부 내부에서 고시 순혈주의에 대한 반발이 컸던 데 따른 자성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고시 출신 위주의 인사관행 타파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기재부노동조합이 지난 2월 승진자 11명이 모두 고시 출신으로 채워진 서기관 인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등 내부적 지탄의 목소리가 컸다.

다만 아직까지 고시 순혈주의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본부 과장급 자리 115개 중 현재 비고시 출신 과장은 13명으로 약 10%도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최고 비율이다. 차기 국장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인 각국 총괄과장·계장 자리에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비고시 출신이 등용된 바 없다.

이승욱 기재부 인사과장은 "이제는 비고시 출신이 갈 수 없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그 벽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다. 고시나 학벌 등 스펙이 아닌 철저히 실력을 기반으로 인사를 내자는 것이 기재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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