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연합시론] 비극적 피살사태 수습은 철저한 진상 규명에서 출발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우리 공무원이 서해상 북한 수역에서 피살되는 비극적 사건이 터진 지 닷새가 흘렀다. 그 사이 북한은 지난 25일 비교적 신속하게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자신들이 파악한 사건의 진상을 설명해왔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약속도 담았다. 사건의 심각성과 인화성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나름 사건의 내용을 구구절절 해명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정도의 사건 개요만 수긍이 갈 뿐, 그날의 진실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들의 설명을 요약하면, 북한군이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탄 남측 국민을 22일 오후 3시반께 북한 수역에서 발견했으며, 단속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할 듯해 9시40분께 경고사격후 사살했고 현장 수색 결과 시신은 사라지고 혈흔이 묻은 부유물만 있어 태워 없앴다는 것이다. 사실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전부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지금은 시신 훼손 여부를 맨 먼저 규명해야 한다. 우리 국방부가 파악한 정황과 북한의 설명이 아주 달라서다. 방독면과 방호복 착용 북한군이 당일 오후 10시께 시신에 기름을 붓고 40분간 불에 태운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연평도 감시장비에서도 불빛이 감지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설명은 다르다. 사살한 것은 맞지만, 수색 결과 시신은 못 찾고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관할 수역을 침범했더라도 표류해서 기진맥진한 비무장 민간인을 구조하지 않고 6시간 이상 방치한 다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살한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로 용납하기 어렵다. 하물며 기름을 붓고 시신을 소각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반인륜적인 만행'이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열악한 인권 상황으로 가뜩이나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더욱 고립될 처지에 놓였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시신 수색 계획이 있고, 시신을 수습하면 송환하겠다는 취지의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특히 눈길을 끈다. 적어도 시신 훼손만은 안 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수색을 통해 시신을 찾으면, 시신을 훼손하지 않았음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북한의 시신 수색 작업 방침은 일단 평가할만하다. 이미 우리 군 당국은 시신 훼손은 없었다는 북한의 말을 믿고 서해상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과 북 모두 수색 작업에 박차를 가해 조속히 시신을 수습해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달래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상당 기간 수색 작업을 했는데도 시신이나 입고 있었다는 구명조끼 등 유류품을 전혀 찾지 못할 때다. 그 경우 북한군이 시신을 훼손하고도 거짓말을 한 것인지, 그 해명은 사실인데 찾지 못한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어서다. 우리 정부가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필요시 공동조사를 요청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측면이 있다. 북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이 비극적인 사건의 수습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틀 전 통전부의 1차 해명에 미진하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만큼, 의문점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도록 2차 조사에 조속히 나서길 바란다. 비무장 민간인 사격 배경과 시신 훼손 여부, 사격 최종 지시자, 발견후 6시간 해상방치 이유, 피살 공무원의 월북 시도 진술 여부 등이 그 대상이다. 그런 연후에 책임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며,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워낙 예민한 사안인 만큼, 남과 북 모두 수습 과정에서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을 촉발하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 '남측이 수색 과정 중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그래서 우려를 키운다. 양측은 서해에 서로 다른 기준선을 적용하고 있어 언제든 충돌 가능성을 안고 있다. 서로 불필요한 자극은 삼가야 한다. 국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북한군의 반인도적 행태는 비판하되, 북 최고지도자의 사과는 사과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과가 없으면 없다고 비판하고, 사과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대국적 견지,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