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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

'폭발 참사' 레바논, 총리 지명자 사임…마크롱 구상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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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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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아디브 레바논 총리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수도 베이루트 인근 바브다 대통령궁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바브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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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아디브 레바논 총리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내각 구성에 실패하고 사임했다. 레바논은 지난 8월 ‘항구 폭발 참사’로 내각이 총사퇴를 선언했으나, 새 내각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추슬러야 할 레바논 정국도 안갯속에 빠졌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날 무스타파 아디브 총리 지명자가 초당파적인 내각을 구성하려다 실패해 사임했다고 밝혔다. 아디브 지명자는 수도 베이루트 인근 바브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 변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내각”을 이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슬람 수니파 출신인 아디브 지명자는 프랑스 정부의 지지를 받았지만,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와 아말운동이 재무부 장관 등 내각 요직을 요구하면서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 출신인 아디브 총리는 시아파와 갈등 끝에 지난달 31일 총리로 지명된 지 약 한 달 만에 낙마하게 됐다.

앞서 지난달 4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로 민심이 요동치자, 같은 달 10일 집권정당 헤즈볼라의 하산 디아브 전 총리가 이끌던 레바논 내각은 참사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발표했다. 미셸 아운 대통령은 당시까지 레바논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 아디브 전 독일 주재 대사를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레바논은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정치체제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나눠먹기식 정치체제가 부정부패와 종파 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는 레바논이 경제 원조를 받으려면 ‘종파 안배’를 없애는 정치 개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참사로 위기에 처한 집권 헤즈볼라는 처음에는 하산 디아브 정권 퇴진, 기술관료로 구성된 과도정부 구성, 1년 내 조기 총선 실시 등 프랑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는 듯했다고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아랍센터가 전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행정부가 전 재무장관 등 헤즈볼라 정치인 2명을 제재한 뒤 헤즈볼라도 내각 구성권을 요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견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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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브 지명자가 낙마하면서 레바논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한때 레바논을 위임통치했던 프랑스는 레바논 국제지원그룹(CEDRE)을 이끌며 레바논 정치에 개입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레바논에 베이루트 폭발참사 이후 9월 15일까지 내각 구성을 완료하라고 요구하고, 전력산업과 은행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국제지원그룹에서 원조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레바논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외교성과로 눈을 돌려왔다고 아랍센터는 전했다. 레바논 개입을 통해 지중해 동부에서의 프랑스의 역할을 재검증할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레바논 이권 사업에 관심이 많다. 프랑스 해운그룹인 CMA CGM은 베이루트 폭발참사 이후 베이루트 항구 재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또 프랑스는 레바논 통신사업, 천연가스 탐사 등에 진출하려 한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국제지원그룹은 레바논에 공항, 항만, 통신 분야 등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 내각 구성에 실패하면서 레바논 정국은 안갯속에 빠졌다. 경제 위기는 심각하다. 지난 8월까지 레바논 파운드 가치는 10개월 새 80% 폭락했다. 실업률은 40%, 빈곤율은 45%에 달한다. 지난 8월 4일 항구 폭발 참사로 30만명이 집을 잃었고, 150억달러(17조8000억원)의 피해가 생겼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필품도 부족하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상을 해왔다

아운 대통령은 새 총리 지명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레바논 새 정부는 IMF나 국제지원그룹 등과 협상을 재개하면서 고통스러운 희생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정부는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어 IMF 패키지라는 ‘독배’를 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IMF 협상은 레바논 정국에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 레바논 시위대는 ‘IMF 패키지’가 긴축재정, 공공요금 인상, 구조조정을 유발한다면서 6월부터 시위를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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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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