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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헷갈리는 유보소득세 기준…`자본금`·`자기자본` 용어 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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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유보소득세 도입안에 '자본금의 10%'였던 문구가 입법예고를 위한 최종 안에는 '자기자본의 10%'로 돼있다.

기업들로서는 과도한 세금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당초 정부가 무리하게 과세하려 했다는 점과 과세 기준이 오락가락해 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 등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23일 공개된 '2020년도 세법개정안'에서는 적정 유보소득의 계산식이 '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자본금의 10% 가운데 큰 값'으로 적시돼 있다. 그런데 정부가 입법예고를 위해 공개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자본금의 10%'였던 문구가 '자기자본의 10%'로 교체됐다. 정부가 혼용한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액수와 성격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본금은 말 그대로 주주들이 창업단계에서 납입한 법정 자본금을 뜻하며, 자기자본은 여기에 회사를 운영하며 누적돼 온 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을 더한 상위개념이다. 우선 액수부터 자기자본이 수십에서 수백 배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덕분에 자본금 기준이었다면 유보소득세를 내야 했을 기업이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하면 세금을 피해가는 경우가 대거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건설분야 대기업의 계열사 한 곳은 오너 일가 지분이 90%를 넘겨 유보소득세 부과위험이 있지만, 누적된 이익잉여금이 많은 덕분에 웬만한 경우에는 세 부담을 피해갈 전망이다. 반대로 기준금액이 '자본금'이었다면 그 규모가 '자기자본'의 15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과세 위험이 크다.

기업으로서는 올해 거두는 수익은 최대한 유보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제도가 시행되는 2021년도를 기준으로 올해 수익은 과거 수익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기업 사정에 따라서는 올해 수익을 모두 유보시켜 내년 기준 자기자본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유보소득세 과세를 피해가는 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2021년부터는 자기자본을 쌓기 위해 소득을 유보시켜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훨씬 크게 설계됐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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