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목소리 높지만…법제화는 느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퇴직연금도 투자시대 (中) ◆

DB형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 때문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법제화는 더디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지금처럼 한 회사가 한 사업자에게 직접 퇴직연금을 맡기는 계약형 지배구조가 아니라 위탁 운용하는 제도다. 노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이 이사회를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호주나 영국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으며 한 기금이 여러 회사의 퇴직연금을 맡아 운용하는 사례도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2018년 고용노동부에서 발의한 법안이지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 파이를 줄일 수 있는 분위기라 일부 업권의 반발이 심한 데다 환노위에서도 다른 쟁점 사안과 연계되다 보니 법제화에 실패한 것이다.

또 제도가 시행돼도 이사회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해 수탁법인 이사회를 구성하거나, 이들이 이사회에서 의견 합치를 이뤄 운용하는 일이 우리나라 노사 관계를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탁법인 이사회에서 노조는 고위험 투자를 늘려 노조가 투자 수익을 일부 갖는 구조를 넣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고위험 투자에 대한 수익은 노조에 돌아가고 손실은 회사가 책임져 정해진 퇴직급여를 마련해야 해 사측 반발도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는 취지는 좋지만 노사 문제가 걸려 있어 고차방정식에 가깝다"며 "차라리 DC형 퇴직연금 제도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가입자 교육을 강화하고 디폴트 옵션을 도입해 개인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하는 것이 수익률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