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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문 대통령 공약’ 집중투표제 빠져…‘김종인안’보다 더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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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문제는

상장사 4.5%만 도입 유명무실…박용진 “국회서 보완하겠다”

2016년 김종인 발의안엔 총수일가 견제·전자투표제도 담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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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에서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에 소수주주권을 강화할 수 있는 대표적 장치인 ‘집중투표제’ 도입이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집중투표제 도입이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제외되면서 이를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안이 4년 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7일 ‘정부 상법 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를 약속했지만 개정안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98년 소수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됐지만 회사가 정관을 통해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유명무실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대표적 안전장치로 꼽힌다. 단순투표제는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1주당 의결권 하나를 행사할 수 있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선호하는 이사가 뽑힐 확률이 높다. 현재 이사회 구조가 총수의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면 1주당 의결권이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늘어나는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10주를 가진 주주가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집중투표제에서는 의결권 30개를 가지는데 이 의결권을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집중투표제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하거나 정관을 통해 아예 막아놓았다. 지난해 상장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4.5%에 불과했다.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는 내용은 상법 개정안 논의 때마다 거론됐다. 김종인 위원장이 2016년 발의한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개정안에는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2인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 이를 막지 못하도록 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2016년 발의한 안은 지금 상법 개정안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이 제안하는 이사 후보자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독립적 이사회 구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중투표제가 빠진 채 넘어온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보완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이 4년 전 발의했던 내용 중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 총수일가 배제’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도 검토되어야 할 제도로 거론되는 것들이다.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하고, 우리사주조합이나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자를 사외이사로추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이번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은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전자투표제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 250곳 중 34.3%(86개)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실제로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곳은 28.8%(72개사)에 불과하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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