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건축학개론’ 수지가 듣던 CD 플레이어 모델도 있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레트로 음향기기 성지 ‘레몬서울’

30대 부부가 400점 모아 전시 판매

“디자인·기능 특이한 게 수집 기준”

중앙일보

레트로 전자 제품 숍 ‘레몬서울’. 디자인이 예쁜 오래된 음향 기기를 좋아하는 윤종후·김보라 부부(아래 사진)의 취향을 담은 공간이다. 임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의 오래된 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별세계가 나타난다. 약 50㎡(15평)의 공간에 1960~90년대 가전제품이 가득하다. 카세트 플레이어부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듣던 동일 모델의 CD 플레이어, 과거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흔히 봤던 붐박스와 빈티지 턴테이블, 뚱뚱한 브라운관 TV나 휴대용TV도 있다.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하나씩 모은 게 이만큼이 됐어요.” 약 1년 전 이곳에 레트로 음향가전 가게 ‘레몬서울’을 연 김보라(38) 대표의 말이다. 남편 윤종후(39) 공동대표와 함께 운영한다.

중앙일보

윤종후·김보라 부부. 임현동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각 국내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와 비주얼 머천다이저로 일했던 두 사람이 해외에 갈 때마다 도쿄 가전 상가나 베를린 빈티지숍 등에서 사들인 것이 어느새 다 세지 못할 만큼 창고에 쌓였다. 최소 300~400점 정도다. 지난해 일을 쉬면서 아카이브를 만들자는 차원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단다. 직접 보고 싶다는 요청에 예약제로 둘러보고 구매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게까지 열게 됐다.

김 대표는 “개인적 취향이 담긴 공간이어서 소수만 관심 가질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아준다”며 “20대는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신기한 물건이라, 30대~50대는 실제로 써봤던 추억의 물건들이라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디자인도 좋지만 음악 한 곡을 들을 때마다 버튼을 눌러 조작하고, 판을 뒤집고, 테이프를 넣다 빼고 하는 식의 귀찮음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으로 조금은 느리게 가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 같다”고 했다.

부부의 수집품은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시대를 뛰어넘어 디자인적으로 소장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기능적으로도 흥미로워야 한다. 예를 들어 겉모습은 로봇인데 카세트 재생이 된다든지, 트리플 데크(세 개의 테이프를 꽂는) 붐박스라든지 말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물건은 ‘옴니봇’. 카세트테이프를 넣으면 음악과 불빛이 나오며 움직이는 다소 싱거운 기능의 귀여운 로봇이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