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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기자24시] 불공정 3법에 `공정` 이름 붙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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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실상은 '불공정경제 3법'인데 '공정경제'라고 이름 붙여 여론을 호도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날 지경입니다."

지난 26일 한 산업계 단체장이 기자와 통화하던 중에 한 말이다. 이 단체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을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단체장은 "이번 3법은 기업가의 정당한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고 외국 투기자본의 침투를 쉽게 만들어줄 것이 뻔한데도 정부·여당이 공정경제 법이라 포장하니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도 못 낸다"고 토로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소수 지분만 가지고도 대주주가 반대할 수 없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감사위원 분리선임), 1%의 모회사 지분만 보유해도 자회사 이사가 모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걸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중대한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니라도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기업들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기준도 높였다.

공정경제라는 이름은 무섭다. 정부와 거대 여당은 이 법을 이르면 11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태세다. 야당도 '공정'이라는 명분과 표심에 밀려 법안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눈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기업뿐이다.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유례없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해외 투기자본이 3% 미만 지분만으로도 대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들고 다중대표소송제는 연중 무휴 소송 리스크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크다. 지주사 지분 기준까지 높이면 국내 16대 기업집단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데 30조1000억원을 추가로 써야 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정부는 이 밖에도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기업의 배상 책임을 확 키운다고 했다. 코로나 충격 속에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이 대출금 이자도 못 내는 한계 상황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한국은행)도 제기됐지만 정부는 규제라는 짐을 더 얹는 것이다. 공정경제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기업은 고사 위기로 내몰리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산업부 = 이종혁 기자 2jhye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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