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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일보 사설] 너도나도 여행 가면 귀성 자제 무슨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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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 추석 연휴에 귀성 자제를 당부했지만,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려는 시민이 늘고 있다. 징검다리 휴일이 시작된 2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이 이른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김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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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앞두고 정부가 비상이다. 귀성 자제를 당부했더니 추석 연휴에 바캉스를 가는 ‘추캉스’ 채비를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다음 달 4일까지 이어지는 추석 연휴는 코로나19 진정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시기다.

정부가 이동 금지를 강제하는 대신 통행료 면제 혜택을 없애고 열차표도 절반만 판매하기로 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을 택한 건 국민의 자발적 동참을 믿어서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한국공항공사의 전망을 보면, 연휴 기간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공항 이용 승객 수가 지난해의 약 75% 수준이다. 숫자로 따지면, 무려 96만3,000명 정도다. 강원, 제주 같은 휴양지의 숙박시설도 진작 예약이 마감됐다고 한다. 민족 대명절에 가족, 친지를 만나는 것조차 삼가며 이동과 모임을 하지 말라는 취지인데 여행을 가다니 이를 완전히 퇴색시키는 꼴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는 연일 100명 안팎을 넘나들며 잦아들 줄을 모르는 상황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율 역시 20%대를 기록해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로 전파 고리를 차단하기에 역부족이다. 이런 때 여행지의 숙박업소, 식당, 카페 같은 밀집 장소를 찾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이번 추석엔 가정에서 안전한 휴식을 가져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개천절 집회를 벼르는 극우 단체를 향해서도 허용 금지와 이를 어길 시 원칙대로 엄단하겠다고 강조하며 집회 철회를 촉구했다. 전 국민에게 이동 자제를 호소하는 마당에 서울 도심에 많은 인파가 모여 집회를 한다는 건 그 방식이 어떻든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감염병 시국에 ‘나는 괜찮다’는 이기심은 연쇄 감염의 발로다. 지금은 개인의 욕심을 눅이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할 때다. 추석연휴 이후 다시 감염이 확산되면 방역 공무원과 의료진의 피땀 어린 노고, 정부 정책에 협조해온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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