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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철군에 쑥쑥 크는 러 용병산업…전 NSC보좌관 "트럼프, 국제분쟁 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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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S "시리아·리비아·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 분쟁지역 개입"

"트럼프, 푸틴과 친분 과시하며 러 세력확장 묵인" 비판

맥매스터 전 보좌관 "푸틴, 트럼프 침묵에 매우 기뻐할 것"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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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이 중동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그 빈자리를 러시아의 용병부대들이 속속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 정치에 개입해 분열을 일으키며 국제분쟁을 유발시키는 것을 묵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모스크바의 용병전쟁'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민간군사기업(PMC)을 앞세워 리비아, 시리아, 우크라이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해 약 30개국에서 군사 개입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PMC 가운데 하나인 바그네르그룹 용병부대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약 2500~5000명, 시리아에서 1000~3000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약 200명 가까운 인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용병산업과 관련해 자국 법상 PMC 기업 설립은 불가능하다며 서방의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용병부대 가운데 바그네르의 위상은 전 세계로 퍼져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바그네르의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콩코드 케이터링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며, 바그네르 그룹 대표인 드미트리 우트킨은 과거 러시아 정보총국(GRU)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츠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네르 용병은 정규군과 함께 훈련을 받으며, 이들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정규군이 탱크나 폭격기 등 중화기를 지원할 때도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러시아 용병부대들은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별개의 민간조직처럼 행세하지만, 사실상 정부군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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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 행정부와 유엔(UN) 등이 러시아 용병기업 제재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3일 바그네르 그룹의 실소유주이자 자금책으로 알려진 프리고진 대표와 그와 관계된 6개 기업과 인물들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같은 달 21일 네바다주 대선 유세 현장에서 "나는 푸틴을 좋아하며 푸틴도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재무부의 제재 방침을 무색하게 했다.


UN도 러시아 용병부대가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세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유엔 안보리 산하 리비아 무기금수조치 위반 모니터링위원회는 5월 리비아 현지 무기금수조치 위반과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ㆍ출간하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속에 보고서 발간은 실패했다.


이는 미국의 철군과 맞물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 10일 이라크 내 미군을 현재 5200명에서 30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며 아프가니스탄 병력 역시 현재의 절반인 4000명 선으로 줄인 뒤 내년 5월까지 모두 철수시킬 계획이다.


정규군 철수에 따라 주둔미군과 함께 근무했던 미국 용병산업도 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 직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미국 용병기업인 블랙워터를 비롯해, 이라크에서만 12만명 이상의 미국 용병들이 활동했다. 그러나 2007년 9월 바그다드에서 블랙워터 용병부대가 민간인 차량에 무차별 사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투임무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현재는 미군 수송과 요원 호송임무 등만 제한적으로 맡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매우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후임인 존 볼턴 전 백악관 NSC 보좌관 역시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의 세력 확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묵인이 미국의 안보 또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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