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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검은 옷 입고 향수 뿌린 당신…'말벌'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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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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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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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벌의 활동이 왕성해짐에 따라 성묘나 벌초 시 '벌 쏘임' 사고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소방청은 벌 쏘임 주의보를 '경보'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특히 추석 시기는 벌의 산란기인 만큼 벌의 개체 수도 많아질 뿐만 아니라 사람의 작은 행동에도 벌이 민감하게 반응해 곧장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장수말벌은 독성이 가장 강한 벌로, 땅속이나 무덤주변에 집을 짓는다. 이에 따라 매년 추석 벌초 시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3년간 '벌 쏘임' 사망자 31명…추석 전 사망 1/3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벌에 쏘여 사망한 사람은 31명이다. 그중 10명(32.3%)이 추석 전 벌초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다.

벌 쏘임 사고로 인한 이송환자는 총 1만6751명으로 연평균 5584명이다. 특히 성묘와 벌초 등의 활동이 증가하는 7~9월에는 1만2683명으로 75.7%에 이른다.

벌들은 평균온도 25도, 주별 평균 최고온도가 27~28도일 때 교미, 여왕벌 육성, 애벌레 육아 등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특히 추석 시기와 겹치는 8월말∼10월초는 벌이 활동에 필요한 단백질과 당분을 동시에 섭취하며 활동하는 시기다.


벌초할 때 미리 벌집 확인…벌집 발견 시 전문가에게 신고

추석에 벌초를 갈 때는 벌집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팔을 휘두르는 등의 큰 몸짓은 벌을 위협해 흥분시킬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소방청이 발표한 '벌초 시 벌 쏘임 사고 대비요령'에 따르면, 먼저 벌초 전 무덤 주변에는 말벌집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5∼10분 동안 주변을 돌면서 벌이 날아다니거나 벌집이 있는지 확인한다. 특히 한 지점에서 말벌이 돌아다니면 주위에 벌집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무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말벌류는 주로 땅 속 빈 공간에 집을 지으므로 사람 발걸음이나 예초기 진동이 전달되면 공격할 확률이 높다. 작은 구멍 앞에 흙덩이가 쌓여있다면 장수말벌 집이 있을 수 있다.

풀이 많이 자란 곳에는 멀리 떨어져 흙을 뿌려 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벌 쏘임을 예방할 수 있다. 벌집을 발견하면 벌집제거 전문가에게 신고해 벌집을 안전하게 제거한 뒤 벌초나 성묘를 해야 한다.

또 긴팔·긴바지를 입어 피부를 최대한 가려 벌 쏘임을 1차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너무 펄럭이거나 큰 옷은 예초기에 말려들어갈 우려가 있으므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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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왼쪽), 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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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좋아하는 '검은색' 옷 피해야…향수·탄산음료도 금지

벌은 검은색, 갈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순으로 공격하는 경향이 강하다. 벌의 천적인 오소리, 너구리 등의 색깔이 어둡기 때문에 검은색을 포식자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벌에 쏘일 경우 검은 머리카락 부위가 가장 먼저 공격받는 이유다.

실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2017년 말벌의 공격성향을 실험한 결과, 말벌은 노란색 등의 밝은 계열의 실타래보다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색의 실타래에 달려들며 강한 공격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벌 쏘임 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려주는 밝은 색 계열의 챙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 벌을 자극 할 수 있는 강한 냄새는 자제해야 한다. 단맛이 나는 탄산음료, 주스, 과일 등 단 음식도 벌을 유인하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벌이 공격한다면 '20m 이상' 대피…꿀벌과 말벌 대처법 달라

벌의 공격을 받을 경우 신속히 자리를 피해야 한다. 벌들은 활동 반경을 벗어나면 대부분 다시 집으로 복귀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벌집을 건드리면 벌들은 흥분해서 무차별 공격성을 보이는데, 20m 이상 빠르게 떨어지면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말벌 등에 쏘이면 쏘인 부분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메스꺼움과 울렁거림 등에 따른 구토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만약 벌에 쏘여 알레르기 증상이나 과민성 쇼크(아낙필락시스)가 올 경우 기도확보,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를 하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벌에 쏘인 부위는 깨끗한 물로 씻어 주는 것이 필수다. 이후 얼음주머니 등으로 쏘인 부위를 차갑게 한 후 즉시 병원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벌은 말벌인지 꿀벌인지에 따라 침 모양이 달라 대처 방법도 다르다. 꿀벌의 침은 톱날 형태이며 말벌의 침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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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수목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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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침은 독주머니가 있어 제거해야 하지만, 말벌은 침의 구조상 독침이 피부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말벌 침은 피부에 박히지 않는 대신 긁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찬물로 씻은 뒤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특히 꿀벌의 독은 산성이므로 침을 제거한 후 찬물로 씻어냈다면 비누 등 알칼리성 물질로 상처를 닦아주는 것도 독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말벌의 독은 알칼리성이므로 레몬, 식초 등 산성 물질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한편 소방청은 추석을 앞두고 지난 4일 벌쏘임 주의보를 '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경보는 벌 쏘임 사고가 주 370건 이상, 벌집제거 출동이 주 1만건 이상 2주 연속 발생 또는 예상될 때 발령된다.

장거래 소방청 119생활안전과장은 "8월13일 이후 하루 평균 벌집제거 출동은 2000여 건, 벌 쏘임 사고는 40여 건씩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출동건수와 사고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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