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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여성 의원 “여자는 얼마든 거짓말 할 수 있다”…그는 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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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스기타 미오 중의원. 사진=아프리카


일본 국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비하 발언은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여성 국회의원이 입에서 나와 취지와 의미 해석에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발언을 두고 ‘언급이 금기시된 여성의 심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엉뚱한 평가를 한 반면 아베 신조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연출’이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여자는 얼마든 거짓말 할 수 있다”…日여성 의원의 실언

26일 마이니치신문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지난 25일 자민당 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원스톱 지원센터)을 일본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을 세우고 이를 설명하는 등의 내용을 내각부가 발표하고 있었는데, 발언권을 얻은 자민당 소속 스기타 미오 중의원은 돌연 “여자는 얼마든지 거짓말 할 수 있다”며 ‘시설 확충 반대’와 ‘피해 여성들의 말이 허위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은 피해자 중 일부는 허위 사실을 센터 측에 알리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여론의 큰 비판을 받았다. 또 일각에서는 ‘여성이 쉽게 거짓말한다’ 등으로 해석해 여성 혐오 논란이 일었다.

스기타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을 멸시하는 취지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지난 발언까지 소환돼 논란이 한층 커졌다.

◆과거부터 막말…“성 소수자 생산성 없다”, “남편 성 따르기 싫다면 결혼하지 마”

스기타 의원의 실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8년 일본의 한 월간지에 성 소수자(LGBT)와 관련한 기고 했는데, LGBT를 두고 “생산성이 없다”는 차별성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성 소수자가 생산성 없다”는 말은 ‘자녀를 낳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의 기고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당시 자민당은 “개인적 견해라고 해도 LGBT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배려가 결여된 표현”이라며 그의 잘못을 인정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올해 1월에는 ‘선택적 부부 성(姓)도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 질의에 “그럴 거면 결혼하지 말라”라고 야유를 보내 물의를 일으켰다.

일본은 결혼 후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돼 있다. ‘선택적 부부 성 도입’은 이같은 관습을 따르지 않고 결혼한 여성의 선택에 따라 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었다.

그는 특히 보육시설 증설, 부부 개별 성 도입, LGBT 지원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상을 붕괴시키려는 공산주의”라고 비판해 시민들과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의원직을 유지하며 자민당 중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왜?

그의 잇따른 실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극우성향의 분위(주장)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가 국회에서 한 부부 개별 성 도입, LGBT 지원 반대 등의 실언이 극우세력(우파)들이 주장하는 것과 일치하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그를 지지했다는 이유에서다.

스기타 의원은 일본 유신회 후보로 출마해 자민당 후보에게 패한 뒤 비례대표로 부활한 초선의원이다.

그는 낙선 후 자민당에 입당해 당선됐는데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지로 순위에서 큰 이득을 봤다고 전해졌다.

즉 우파들이 좋아할 만한 주장을 펼쳐 지지를 얻고 그의 모습이 우익적 국가관을 펼쳤던 아베 전 총리의 눈에 들어 국회의원이 돼 이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실언에도 제재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치 분석가 아츠오 이토는 “스기타 의원은 비례 명부에서 환대를 받아 당선될 수 있었다”며 “문제 발언을 반복한 그가 용인돼 온건 아베 정권의 우익적 국가관이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정권은 다르다

아베 총리가 극우 성향을 보인 것과는 달리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생활 밀착형 실용주의’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그는 총리가 된 뒤 전국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에게 지시했다.

정치 분석가는 “스가 총리가 아베 정권의 이데올로기를 계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스가 정권에서) 스기타 의원의 비상식적인 발언은 용인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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