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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정부가 대기업에 공공 SW 사업 빗장 풀어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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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정부가 공공SW 대기업참여제한제도에 대해 7년만에 대수술에 나선 것은 획일적 제도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잡음이 속출해서다.

참여제한제도는 당초 대기업들이 공공SW시장의 70~80%를 장악하다보니 중소SW기업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해 고사한다는 비판에따라 시행됐다. 그러나 특정 업종에서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참여를 원청봉쇄하는 것은 다른 산업계를 통틀어서도, 또 전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강도 규제였다.

자연히 대기업 역차별 논란이 거셌다. 공공사업 일감이 사라지자 대기업들은 그룹 관계사 대상 내부사업 비중을 키워야 했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대상 레퍼런스(우수구축사례)가 급감함에 따라 해외수주가 어려워졌고 한국이 자랑하던 전자정부 해외수출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전세계 유례없는 대기업 봉쇄조치 부작용 잇따르자 제도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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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도시행이후 중소중견기업들의 성장세는 뚜렷했다. 하지만 몇몇 중견기업들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중소SW 하청구조가 지속되면서 '호랑이가 사라지자 늑대가 왕노릇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 개발이나 전문성을 키우기보다는 수주경쟁에 매몰돼 공공사업에 기생한다는 비판도 커졌다.

발주기관 역시 수천억원대 초대형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을 경험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 맡기게 되면서 부실구축이나 품질우려 등 사업 관리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교육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업에 대해 4차례나 대기업참여 제한 예외를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었지만 모두 탈락해 체면만 구겼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당초 대기업 참여제한 조치 전면폐지 가능성까지도 거론됐지만 정부는 현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면서도 대기업 참여 길을 넓히고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확대하는 절충안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게 혁신적 신시장 창출이나 해외진출 사업에대한 심사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그동안 국가안보 외에 AI(인공지능)나 클라우드 등 신산업 도입이 주된 경우 민간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기업참여제한 예외신청 대상으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형 프로젝트에는 이같은 신기술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심의결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도 사업에따라 대기업참여가 허용되기도, 안되기도 해 심의과정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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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신기술적용 위주 심의기준에 신시장 창출효과나 혁신창출 수준을 추가하는 쪽으로 개편해 심사시 강조점을 두기로 했다. 가령 새로운 공공 서비스모델을 적용해 공공이나 민간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거나 혁신적 모델로 비용절감, 서비스 혁신이 이뤄져 행정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례, 그동안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재추진하는 난제해결형의 경우 대기업 참여를 전향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천억원 규모 차세대 사업의 경우 서비스, 기술혁신이 집약되는 만큼 대기업 수주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대기업 참여 전향적 허용해 외연확대하고 품질평가해

해외진출 촉진을 위한 공공SW사업 심사개선의 경우 레퍼런스 부족을 호소해온 대기업과 단독으로는 해외진출이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정부가 ODA(공적개발원조)로 지정한 사업이거나 해외진출이 유망한 관세시스템 같은 사업, 그리고 해외 정부, 공공기관, 기업과 MOU(양해각서) 등을 체결한 사업 등에 대해서는 대기업 참여 길을 열어 레퍼런스를 구축토록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대기업이 주사업자가 아닌 공동수급인으로 참여하는 부분인정제를 통해서도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은 해외진출에 필요한 국내 레퍼런스 확보가 가능해지고,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동반진출해 해외SW시장으로 외연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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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사업 사후평가정보 제공과 기술평가 반영은 발주기관들을 괴롭히던 부실구축이나 품질관련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장치다.

단순 입찰기업의 규모나 과거 수주실적 등 기업의 외형 정보에만 의존하다보니 해당기업의 수행사업 품질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었던 것. 이에 정부는 입찰참여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사업에대한 적기완료나 분쟁발생 여부, 보안사고 여부 등 사후평가 정보를 제시해 기업규모가 아닌 SW사업 품질우수기업을 우대하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연구용역을 거쳐 2022년부터 사후평가가 시행되면 SW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송경희 소프트웨어정책관은 "현 제도의 장점을 강화하고 시장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개선 보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대기업으로선 참여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해외진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동시에 중견중소 기업은 다양한 기업과 전략적 협업과 해외동반진출 등으로 성장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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