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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단독]엇갈린 추 장관 아들과 대위 진술…검찰은 왜 무혐의 판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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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추미애 아들 ‘군무 이탈 의혹’ 무혐의 처분

말 바꾼 장교 초기 진술만 ‘신빙성 있다’…서씨 말에 더 무게

승인권자 “대위가 연가 줬다고 말해” 발언, 휴가 승인 근거로

공모 혐의 추 장관 기소 모면…결론 정한 ‘봐주기 수사’ 비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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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무이탈 의혹은 3차 휴가(24~27일)를 중심으로 나왔다. 구두 승인 여부를 놓고 서씨와 당시 부대 지원장교 B대위의 진술이 어긋났는데, 검찰은 서씨의 말이 더 믿을 만하다고 봤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결론을 미리 정해둔 ‘봐주기 수사’ ‘면죄부’라고 비판했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서씨의 군무이탈 의혹을 판단하면서 B대위의 ‘승인한 적이 없다’는 진술보다 서씨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서씨는 검찰 조사에서 “B대위가 2017년 6월21일 전화를 걸어와 ‘병가 연장은 안 되고 대신 휴가를 쓰고 27일에 복귀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B대위는 초기 조사에서는 비슷한 진술을 했다가 추후 검찰 조사에서 “27일에 복귀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은 B대위가 서씨와 동일한 진술을 했던 초기 검찰 조사 직후 지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고 보낸 문자 메시지, 휴가 승인권자였던 C지역대장이 D지원반장과의 통화에서 “B대위가 4일간의 연가를 줬다고 했다”고 말한 녹취록을 기반으로 B대위의 초기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B대위의 진술은 서씨 군무이탈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였다. 만약 B대위의 나중 진술이 사실이라면, A보좌관이 B대위에게 병가 추가 연장 여부를 문의해 정기 휴가 사용을 안내받았고 이에 따라 C지역대장의 정기 휴가 승인이 있었다고 검찰이 파악한 사실 관계는 모두 무너질 수 있다. 검찰 수사가 B대위의 나중 진술의 신빙성을 객관적 증거로 판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3차 휴가는 휴가명령서 등이 지난 25일에서야 발부됐는데 이에 대한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신업 변호사는 “번복된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좌관 A씨에 대해서는 A씨 본인과 전화를 받은 B대위가 모두 ‘청탁이 아닌 문의였다’고 진술한 점을 감안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2차 병가를 요청한 6월14일 전화는 절차를 안내받은 것이고 21일 전화는 이미 승인받은 정기휴가에 대한 확인 차원의 전화이기에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공모 혐의를 받은 추 장관도 기소를 모면했다. 다만 추 장관은 A씨의 휴가 문의 전화를 두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 받을 수 있다. 수사 결과, 추 장관은 6월21일 직접 보좌관 A씨에게 지원장교 B대위 연락처를 문자로 전달하고 “아들과 연락을 취해달라. 5시30분까지 한의원에 있다”는 2차 문자를 30분 간격으로 연달아 보냈다.

A씨는 “통화했다. 지원장교에게 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황이다.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다”고 답신했다. 추 장관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와의 통화를 지시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인 셈이다. A씨는 서씨의 1차 병가가 완료된 6월14일에는 추 장관에게 “아들 건은 처리했다”며 “소견서는 확보되는 대로 추후 제출토록 조치했다”고 문자로 보고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찰 서면 조사에서 “아들의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말한 것일 뿐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은 없고 본인이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A씨가 알려준 것”이라고 답했다. A씨도 “서씨에게서 상황을 전해듣고 조치를 취한 후 추 대표에게 알려준 것일 뿐 지시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추 장관이나 남편이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2017년 6월15일자 면담기록에 ‘부모님 민원’이라고 적힌 것은 서씨가 A보좌관의 전화 사실을 ‘부모님이 민원을 제기한 것 같다’고 D지원반장에게 둘러댄 것이 그대로 옮겨진 것으로 봤다.

이에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는 “검찰이 객관적 입장에서 공정한 수사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장관에게 겁을 먹었거나 잘 보이려고 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은 법령에 위배된 사안일 때 성립한다”며 “휴가가 법적으로 가능하고 병가도 절차에 따라 승인됐다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보좌관을 가족 문제에 이용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추 장관이 아닌 서씨 개인적 부탁을 받고 처리했다는 보좌관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부정 청탁보다 보좌관을 사적으로 이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더 중요했는데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씨의 부대 배치, 통역병 선발에 보좌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한편 대검찰청 지휘부는 최근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의 불기소 의견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강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수사팀이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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