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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시를 번역하는 일'...'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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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사진=난다 제공) 2020.09.2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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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2012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황현산이 '문예중앙'에 연재했던 글들이 한데 모였다.

황현산은 우리 시대 시의 제 살아 있는 힘을 일깨우는 비평가인 동시에 그 까다롭다는 프랑스 현대시의 가장 탁월한 주해자이기도 했다.

이육사, 백석, 김수영, 김종삼, 전봉건에 이르는 한국시사의 기둥들, 밖으로는 말라르메, 아폴리네르, 발레리라는 프랑스 시의 면면까지 아우를 정도로 넓다. 익히 알려진 시인들에게서 미처 발굴되지 못한, 가려져 있던 비밀의 광맥을 찾아내는 것이 저자의 특출함이다.

황현산은 시인들의 변호인을 자처해왔다. 안 좋은 시로 저평가된 이육사의 시편들에 대해 "육사의 기개에, 그러나 너무 협소하게 이해된 기개에, 눌려 있는 것"임을 짚어냈다.

비평가인 동시에 가장 믿을 만한 번역가이다. 아폴리네르, 보들레르, 말라르메 등 걸출한 시편들이 그의 살핌으로 우리말 새 옷을 입었다.

이 책에서도 그의 도저한 식견이 보인다. '두 개의 달'에서는 아폴리네르의 '신소리', 말꼬리 하나에서 "말의 내기에 자신의 미래를 모두 걸고 있는" 시인을 발견하며, '미라보 다리'의 추억을 말할 때는 소위 초월 번역이라 불리는, 원문보다 더 나은 번역’이 진실된 것인가 의심한다.

시 한 편을 번역하는 여정도 이 책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시를 번역하는 일'은 말라르메의 소네트를 번역하며 세 번에 걸쳐 실패하는’ 기록이다.

황현산은 "결국 시는 번역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이제까지 쓸데없이 긴 수고를 한 셈"이라며 너스레를 놓지만, "이 실패를 통해 원문의 지속적 생명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낸다.

말미에는 '젊은 비평가를 위한 잡다한 조언'을 덧붙였다. 다가올 시대에 대한 근심인 척 써내려간, 앞으로의 세대를 향한 프러포즈다. 304쪽, 난다, 1만4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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