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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지평선] '관계자' 뒤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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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굳은표정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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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청와대의 서해 공무원 피격 참사 대응 부재를 부각하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재소환한 건 어설펐다. 사건 성격, 발생 장소와 시간부터 평면적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공권력이 상황을 파악ᆞ통제ᆞ대응할 수 있는 국내와 북한을 동일선상에 올릴 순 없다. 일과시간 중 참모 전화도 받지 않고, 중대본 방문도 비선 실세 말에 따라 결정했던 7시간의 부재와 심야 시간대의 부재를 결부한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

□그래서인지 야당도 '세월호 7시간' 대신 ‘대통령 어디 계시냐’는 구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의 부재와 현 정권의 과도한 북한 의존 증세다. 특히 문 대통령의 23일 심야 첫 관계장관 회의 불참이 화근이었다. 문 대통령이 참석했다면 이후 상황은 달리 전개됐을지 모른다. ‘김정은 친서’와 유엔 연설 내용을 공유하던 참석자들만으로는 기민하고 강도 높은 대북 대응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대통령 의중에 맞춰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과 대응 논의에만 더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이후 청와대와 여권 대응은 국민 감정과 남북 관계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계속 꼬였다. 피격 상황 와중에 ‘종전선언 지지’ 유엔 연설이 수정 없이 전파를 탔다. 김정은의 사과가 있자 강경해야 할 군 수뇌부는 침묵에 빠졌고, 여권은 의미 부여에만 급급했다. 국민들은 격분해 있는데 참사 이후 28일 수석ᆞ보좌관 회의 전까지 문 대통령이 모습을 보인 건 24일 디지털 뉴딜 행사 참석 장면 때뿐이었다. 그것은 문 대통령이 현안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

□문 대통령이 첫 회의를 주재하며 단호한 조치와 함께 남북관계와의 괴리를 좁힐 방도를 앞장서 모색했다면 여권이 방향도 못 잡고 우왕좌왕하진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뒤에 머물며 원론적 수준의 뒷북 언급만 함으로써 문 대통령은 여권 내 혼선과 국민 비난을 키우고 말았다. 위기 시 대통령이 장시간 국민 눈에 띄지 않으면 위기 극복의 능력과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7시간’을 대입할 건 아니나 그때의 교훈 만큼은 되새기길 바란다.

황상진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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