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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우리 아이에게 ‘책 짝꿍’이 되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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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초등 ‘책 읽기’ 어떻게 해볼까

아이 관심사와 연결된 책 읽기는

중고교 진로 설정에도 도움 돼

초등 시기 독서 습관 만들어야

핵심은 가족 모두 ‘함께 읽기’

독서노트 마련해 필사하고

생각나누며 자연스레 대화도

온라인 독후활동 누리집 활용

독서 쿠폰 받고 문집도 내봐

읽고 써보며 자기주도성 키워


한겨레

지난 7월28일 대전글꽃초등학교 학생들이 ‘책마실 독서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있다. 책을 읽은 학생이 기억에 남는 장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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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책 읽는 습관부터 만들어줘야지, 안 되겠다.”

초등 3학년 딸을 둔 이윤정씨는 얼마 전 유튜브 영상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옆집 누구는 논술 학습지를 시작했고, 누구는 ‘독서왕’ 상을 받았다는데 아이가 책에 관심을 두지 않아 고민이 크다. 한데 “책 좀 읽어”라는 말에 “아빠 엄마도 책 안 읽잖아요!”라고 반응하는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가족이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면서 휴대전화만 보고, 책상에는 30분도 못 앉아 있는다며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많다. 교과서, 참고서, 부교재도 모두 책이다. 진득하게 앉아 책을 읽은 뒤 이해한 내용을 글로 쓰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익숙해진 아이가 공부도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고력과 어휘력, 문해력이 높아질수록 공부 머리도 발달한다. <초등 독서 노트의 힘>을 펴낸 이은정 교사는 “아이 관심사와 연결된 독서는 공부로 이어지고, 인성 및 진로에도 영향을 준다”며 “초등 시기는 독서 습관의 초석을 닦는 시기다. 특히 2~3학년은 정말 중요한 때로, 이때 다져진 책 읽기 능력이 훗날 공부 능력으로 연결돼 효과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호자 스스로도 당장 스마트폰 콘텐츠의 유혹을 이겨내고 책을 집어 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초등 시기는 부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입니다. 아이에게 책 읽을 기회, 책을 두고 부모와 대화하는 기회를 늘리면 결국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됩니다.”

‘독서 노트’ 만큼 좋은 건 없다

아이들이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선호하는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만 읽히는 것이 보호자에게는 가끔 불안한 일이 되기도 한다. 너무 만화책만 보는 것 같다든지, 너무 한 분야의 책만 읽는 등 편독에 대한 걱정은 어쩔 수 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교사를 비롯한 독서 교육 전문가들은 독서 노트 만들기를 권한다. 독서 노트에는 단순히 책 줄거리 등 내용만 들어가지 않는다. 아이가 책을 볼 당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이 하나하나 담기는 생활 기록장 구실을 한다.

독서 노트는 나중에 아이가 상급 학교에 진학했을 때 전공 적합성이나 학업 역량을 표현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신만의 독서 스토리는 사교육에 의존해 만들 수 없다. 억지로 만든다고 해도 조금만 대화해 보면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아이들이 책을 읽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읽기만으로 끝나서는 반쪽 책 읽기에 그친다. 진짜 책 읽기는 독서 노트를 쓰는 것으로 완성된다.

독서 노트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한달 독서 계획표’를 짜보자. 달력 위에 그 주에 읽을 책 목록을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써보는 게 시작이다. 매달 초에 가족 모두 둘러앉아 4주치 목록을 달력에 적어보자.

가족 구성원 모두 각자의 독서 노트를 마련하는 게 좋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만들어줄 때 핵심은 ‘함께 읽기’이기 때문이다. 독서 노트는 읽은 날짜, 책 제목, 지은이, 책의 중요 문장 옮겨 적기(필사), 필사한 문장에 대한 내 생각 적기,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 책의 핵심 내용 요약, 책을 읽고 얻은 것, 깨달은 것 등을 주요 항목으로 만들면 된다. 보호자의 코멘트를 쓸 수 있는 칸을 마련해두면 독서 노트가 아이와의 진솔한 대화 공간이 될 수 있다.

필사의 경우 문장이 적혀 있는 쪽 번호를 함께 써두는 게 기본이고, 자신의 생각은 필사한 문장과는 다른 색으로 적으면 나중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쳐두었다면 필사하는 게 한결 쉬워진다. 이때 밑줄 친 문장을 다 옮겨 적으려 하지 말고,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문장이나 문구를 골라 노트에 옮겨 적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아이의 문해력도 높아진다.

이 교사는 “책 읽기가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독서 노트는 자기와의 대화”라며 “독서 노트는 아이에게 자기 생활을 돌아볼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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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글꽃초등학교에서 열린 ‘내일은 독서왕, 세상을 바꾸는 시간! 나의 보물책’ 전시. 학생들은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의 표지를 직접 그리고 줄거리를 요약하는 등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독후 활동을 진행했다. 대전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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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만들기 외에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독후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의 주인공에게 편지 써보기, 작가에게 편지 쓰기, 뒷이야기 꾸미기, 편집자가 되어 책 소개하는 글 써보기, 독서 엽서 쓰기, 책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간추리기, 줄거리와 느낀 점을 시로 표현해보기, 책 광고 만들기, 8컷 만화로 표현해보기, 인상적인 한 장면 그림으로 그리거나 점토로 만들어보기, 명언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하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쉽게 책을 엮을 수 있어 분기별로 아이의 독서록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쓴 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리해두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활용하자

아이들의 다양한 독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가 만든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reading.ssem.or.kr)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컴퓨터 등 정보 매체에 익숙한 초등·중등·고등학생들이 평소 자유롭게 책을 읽고 컴퓨터상에서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컴퓨터 기반 독서 활동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 자료검색뿐만 아니라 전자책 보기, 감상문 쓰기, 독서 토론, 독서 퀴즈 풀기, 도서 추천 등 다양한 독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은 여기서 도서 검색, 다양한 독후 활동, 독서 마일리지 및 독서 쿠폰 발급, 자신의 독후 활동 이력 검색, 문집 발행 등을 할 수 있고, 학교도서관 담당자는 주로 학교도서관에 소장한 자료 대출 및 반납 처리, 자료 등록, 장서 점검, 도서 대출증 발급, 도서 원부 등의 메뉴를 사용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검색하면 지역별 해당 누리집이 나온다. 여기에서 ‘우리 학교 도서관’을 클릭하면 학교별로 도서관에 소장 중인 자료 검색을 할 수 있다. 교육청과 학교급을 설정해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각 학교 누리집에 방문하면, 새로 나온 책뿐만 아니라 재학생들의 인기 도서 목록도 확인할 수 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서는 보편적인 감상문 쓰기 외에 일기 쓰기, 편지 쓰기, 독서 퀴즈, 인터뷰 등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서로 자유롭게 독후 활동을 공유할 수 있다.

독후 활동을 마친 뒤 아이들이 자신의 독후 내용에 따라 다양한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있다. 독서 토론방은 토론 주제에 따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책에 대한 생각 및 느낀 점은 어땠는지 등을 함께 공유하며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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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에 있는 무극초등학교 학생들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무극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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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짝꿍’과 같이 읽어요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서교육 방법도 참고할 만하다. 대전글꽃초등학교(교장 오순임)는 아이들이 짝을 이뤄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읽고 공부한 것에 대해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 교육 방법 ‘하브루타’ 방식을 활용해 ‘글꽃 책마실 독서 프로젝트’(이하 책마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책마실 프로젝트는 천천히 깊이 있게 읽기, 가족과 함께 읽은 책 소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설명해보기, ‘내 보물책’을 정하고 책 짝꿍과 함께 하브루타 하기 등으로 이뤄진다. 아이들은 책 짝꿍과 함께 하브루타 하는 시간을 가장 기다린다. 읽은 책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며 다른 책으로 관심사를 점점 확장해 나가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은 뒤 사실 질문, 확장 질문, 적용 질문, 종합 질문 등으로 이뤄진 활동지를 작성해본다. 육하원칙에 따라 ‘~했던 인물은 누구인가요?’(사실 질문) ‘~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까요?’(확장 질문) ‘유사한 경험이 있나요? 그때 어떻게 했나요?’(적용 질문)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종합 질문) 등의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하다 보면 책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사고력도 확장할 수 있다. 오순임 교장은 “비대면 시대에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은 더 중요해졌다. 학생들의 독서력 강화를 위해 읽기 교육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로 세계일주를 하는 방법도 있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무극초등학교(교장 이연승)는 꿈을 찾는 독서 세계일주, 언니·오빠와 함께하는 온책읽기 시간, 토요 그림책 교실 등을 운영하며 ‘2020 독서교육 우수학교’에 선정됐다.

‘슬로 리딩’이라고도 불리는 온책읽기는 한 권의 책을 한 학기 동안 읽어보는 것이다.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게 핵심이다. 한 권의 책을 음미하고 곱씹으면서 친구에게 읽어주기도 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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