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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임신중지 기간 제한, 낙태죄 유지와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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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 및 관계자들이 낙태죄 전면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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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가 마련 중인 대체입법 초안에 대해 여성계의 비판이 거세다. 임신중지가 가능한 기간에 제한을 둬 여전히 처벌하도록 해서다. 여성계 원로 100인은 28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어떤 여성도 임신중지를 이유로 처벌받지 않도록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는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체입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최대한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형법 개정안 초안을 보면, 임신 14주 이내에서는 임신부의 요청에 따른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건강·학업·경제적 문제 등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또 22주가 넘어가면 현행 처벌 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헌재 결정에서 ‘헌법불합치’ 의견과 ‘단순 위헌’ 의견이 제시한 수치들을 기계적으로 조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지난달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법무부에 “임신 주수에 따라 임신중지 허용 여부를 달리해선 안 된다”며 전면 폐지를 권고했다. 실제로 임신중지가 절박한 미성년 임신부 등은 22주가 넘어 신체적 변화가 확연히 나타날 때 비로소 임신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법무부 초안은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여성들의 건강권을 사각지대에 방치할 위험이 있다.

여성의 건강권은 임신에 대한 생물학적 판단이 아닌 여성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안전하게 임신하고 임신중지를 할 수 있고 출산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임신중지 기간 제한으로 불법 중절수술을 선택해야 한다면 여성의 현실은 달라지는 게 없다. 올 연말인 대체입법 시한이 불과 석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6년 동안 여성의 삶을 저당잡았던 낙태죄 폐지가 실질적 의미를 갖도록, 정부가 여성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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