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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원금손실 가능` 확인해야 은행서 펀드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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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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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은행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펀드·신탁·변액보험 등을 권유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소비자들이 은행 창구에서 펀드에 가입할 때는 상담 과정이 녹취되고 고객들은 '투자설명 동의서' 내용을 숙지하고 자필 서명을 할 때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또 펀드 등 상품 리스크에 따라 판매 고객군, 한도 총량이 사전에 정해진다. 이처럼 엄격한 규정이 적용되면 사실상 은행에서 고위험 펀드를 판매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예금 상품 내부통제 모범 규준'을 의결했다. 모범 규준은 법적 효력 없이 업계가 자율적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이지만 금융감독원이 제정 과정을 함께한 만큼 사실상 강제력을 지닌다.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이 내용을 자체 내규에 반영해 이행하기로 했다. 모범 규준이 적용되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은행은 펀드 등 상품 권유 자격을 가진 직원과 전담 창구 지정을 눈에 띄게 해야 하고, 가입 후 7영업일 내에 불완전 판매 여부를 확인하는 해피콜도 실시한다. 전문성이 없거나 숙련도가 낮은 직원이 상품을 설명하고 서류 작성만 전문 직원이 하는 적발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65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만 의무였던 판매 과정 녹취 의무는 고난도 상품에 가입하는 모든 고객 대상으로 확대된다.

전화나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비대면으로 고난도 투자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률 20% 이상인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투자설명서와 약관에는 쉬운 용어와 그래픽을 사용해야 한다. 또 투자설명 동의서는 단순히 자필로 '이해하였음' 등을 적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객관식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아울러 각 은행은 리스크담당·준법담당·소비자보호담당 임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 펀드 등 선정·판매·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상품 판매 여부는 물론 사전에 판매 대상 고객군과 판매 한도 등을 결정한다. 또 라임·옵티머스 사태에서 나타난 상품 제조사(자산운용사)의 사기 혐의 등 전횡을 막는 차원에서 제조사 건전성까지 평가하도록 했다. 위원회 심의 결과는 은행 이사회에도 보고된다. 소비자보호 임원 등은 '비토권'을 갖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특정 상품 판매는 금지시킬 수도 있다. 지난해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은행의 불완전 판매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이후 소비자 편의보다는 보호를 강화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다만 이 같은 조치로 비예금 상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트리고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예·적금만으론 자산 증식이 어려운 상황과 맞물린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별·고객군별로 판매 한도가 사전에 정해지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은행에서 해당 상품에 가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우려해 일선 영업점에서 투자 상품 취급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은행권에선 DLF와 라임 사태 여파로 고난도 사모펀드·신탁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주가연계신탁(ELT)은 '총량 규제'가 도입돼 지난해 11월 말 잔액을 넘어 판매할 수 없게끔 묶여 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공모펀드 외엔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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